한국일보

“흑인이라 억울하게 9년 복역” 무죄석방된 남성 킹 카운티와 레드몬드시 제소

2022-01-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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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라 억울하게 9년 복역” 무죄석방된 남성 킹 카운티와 레드몬드시 제소
할로윈 파티에서 처음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감옥에서 10년 가까이 복역하다 무죄선고를 받은 남성이 킹 카운티와 레드몬드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사 라이언 드레브르크라흐트는 최근 9년 동안 무고하게 교도소에서 복역한 에마뉴엘 페어를 대신해 킹 카운티와 레드몬드시와 레드몬드 경찰국 브라이언 코츠를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코츠는 13년 전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던 경찰관이다.

페어는 지난 2008년 할로윈 파티에서 만난 아르파나 지나가(당시 24세)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후 보석금을 마련하지 못해 판결을 기다리며 수감생활을 해오다 2019년 두번째 재판에서 배심원단의 무죄평결로 석방됐다. 그는 석방 전까지 킹 카운티 교도소에서 9년 동안이나 수감된 최장 수감자로 기록됐었다.


페어 변호인이 지난 달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페어는 사건 당시 백인이었던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음에도 단지 흑인이고 전과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표적이 됐다.

페어는 “유일한 흑인이라는 이유로 편파적인 수사가 벌어져 정당한 사유도 없이 구속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10월 31일 페어는 친구와 함께 사건 피해자인 지나가가 레드몬드 아파트에서 주최한 할로윈 파티에 참석했다. 지나가는 벨뷰 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기 위해 6개월 전 레드몬드로 이주해왔고, 이날 파티에는 페어를 비롯해 10여명의 참석자들이 있었다.

파티가 끝난 후 새벽 3시께 지나가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이틀 후 지나가가 회사에 결근하고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이웃들이 지나가의 방문을 따고 들어가 침실에 숨져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지나가는 성폭행을 당한 후 목에 재갈이 물려 있고 구타를 당한 채 숨져 있었다. 경찰은 당시 지나가가 파티 다음날 아침 8시께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파티 참석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한 남성이 새벽 3시께 지나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가 살해된 날 아침 여권없이 캐나다 국경을 넘으려다 입국을 거부당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는 풀려났다. 이후 백인이었던 이 남성은 변호사를 고용한 후 전화와 문자데이터를 모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오히려 당시 파티 참석자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었던 페어를 지목했다. 그는 지나가가 살해되던 시점에 친구 아파트에서 잠들어 있었고, 이틀이나 더 머물며 파티가 열렸던 장소를 청소하는 등 지역을 떠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더욱이 아동성폭행 유죄판결을 받았던 페어의 전과까지 밝혀지며 페어는 졸지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급부상했고, 결국 지나가의 목에서 발견된 DNA 등을 증거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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