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운의 보잉 727기 결국 박살됐다...킹 카운티 당국, 보잉필드에 방치된 43년 묵은 여객기 고물 처리

2021-1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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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보잉 727기 결국 박살됐다...킹 카운티 당국, 보잉필드에 방치된 43년 묵은 여객기 고물 처리

사진 / King County International Airport-Boeing Field

지난주 항공박물관이 있는 보잉필드에서 처참한 장면이 연출됐다. 마치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사자가 사슴을 덮쳐 몸통을 갈기갈기 찢듯이 396마력짜리 공룡 굴착기가 보잉 727기를 무자비하게 박살내 그 비행기를 구조하려던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문제의 727기는 아메리칸 항공사 소속으로 2017년부터 43년간 운항한 후 2003년 퇴역했고, 캔자스시티(미주리주)로 옮겨져 그곳 항공역사 박물관에 진열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물관은 비행기를 옮겨가지 않았고 2017년 이후부터 보잉필드에 주차료도 내지 않았다.

보잉필드 소유주인 킹 카운티 정부는 장기간 유기상태인 이 727기가 비행능력도, 역사적 가치도 없으며 이끼가 끼고, 철사가 노출되고, 새들이 둥지를 트는 등 공해물체로 전락돼 철거하겠다며 작년 3월 킹 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인 판결을 받아냈다.


캔자스시티 박물관은 지난 5월 727기의 소유권을 플로리다의 앤테어스 항공에 1달러를 받고 넘겼다. 앤테어스 측은 이 비행기를 수리해 약 5년간 운항한 후 전시를 위해 박물관에 넘기고 기체의 외양은 놔두고 내부 기관들만 철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킹 카운티 검찰은 연방 항공관리국(FAA)에 등록된 앤테어스 항공사의 대리인 겸 매니저 이름이 스캇 스펜서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했다. 스펜서는 무허가 항공영업 혐의로 2005년 연방 교통부로부터 항공업계의 ‘금단인물’로 낙인찍힌 인물이다. 그는 1997년에도 파산사기 혐의로 기소돼 5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자이기도 하다.

앤테어스 측이 선임한 시애틀의 케리 코바릭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은 앤테어스이며 스펜서 건은 부수적인 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킹 카운티 법원의 철거 승인 판결은 바뀌지 않았고, 총 6만5,011 항공시간과 3만9,038회 착륙을 기록했던 727기는 끝내 비운을 맞았다.

727기 박살장면이 게재된 페이스북 페이지(N874AA: 비행기 등록번호)에는 7,400여명의 펄로워들이 감상적인 댓글을 남겼다. 그중엔 “두말할 나위 없이 겁나는 장면이다. 명치를 얻어맞은 듯 아프다. 너무나 비극적이다,” “아름다운 727을 보존할 수 없었던 것이 슬프다. 그나마 몇 년간 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는 등의 댓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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