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진핑, ‘反미·非미 빅텐트’에 박차…북한·인도가 관건

2025-08-31 (일) 0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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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전승절-러 동방포럼 흐름 속 中, 美대항세력 결집 총력

▶ 中-러 브로맨스 속 ‘북중관계’ 회복 여부·印 등거리외교 주목

시진핑, ‘反미·非미 빅텐트’에 박차…북한·인도가 관건

SCO 톈진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 [로이터]

하이협력기구(SCO) 톈진 정상회의가 1일(이하 현지시간)로 이틀째를 맞는 가운데 중국 주도의 '반미(反美)-비미(非美) 빅텐트'가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31일부터 이틀간 SCO 정상회의와 3일 베이징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그리고 3∼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저항의 열매가 맺어질지가 관건이다.

중국은 일련의 흐름에는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화합과 단결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주장하지만, 속내가 미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과 러시아의 '브로맨스'가 축으로 작동되는 가운데 중국이 '가깝고도 먼' 북한과의 관계를 제대로 회복할지와 인도가 대미 저항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세할지에 촉각이 모인다.

◇ 美 주도 국제질서 맞선 中·러 대형 이벤트…대미 저항세력 결집에 초점

SCO 톈진 정상회의 첫날인 31일 저녁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과 함께 사상 최대규모의 SCO 정상급 참석자들과 환영 만찬을 가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SCO 회원국과 옵서버 국가 등 20여명의 국가원수와 10여명의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은 SCO 개막일과 하루 전날 톈진 영빈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모하메드 무이주 몰디브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날 환영 만찬 전에 시 주석과 비공식 대화를 했다.

이틀간의 SCO 톈진 정상회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시 주석과 모디 인도총리의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


3일 전승절 열병식에는 베트남·라오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몽골·파키스탄·네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이란 정상의 참석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참석이 눈길을 끈다.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 장면도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열릴지도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바다.

푸틴 대통령이 나흘간 방중을 마치고 5일부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80여개국 대표들과 회담한다. 지난달 1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의 여세를 몰아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 3개 빅이벤트를 연결하는 핵심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 주석이 전날 SCO 톈진 정상회의에서 "SCO가 글로벌사우스의 힘을 결집해 인류 문명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것", 푸틴 대통령이 30일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공유하는 유라시아 공간 전역에서 연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 SCO 최대 관심인물은 모디…印-中 거리좁히기 어디까지?

외교가에서는 SCO 톈진 정상회의 전부터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모디 인도 총리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50% 상호관세'를 두들겨 맞은 인도가 미국과 얼마나 이격해 중국에 다가설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일본·호주와의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의 입장 변화가 관전 포인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무역 전쟁 이후 중국과 인도가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군사·안보·외교적인 충돌로 인한 '앙숙' 관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론 "절실한 사이"라고 짚었다.

실제 인도는 스마트폰에서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핵심 부품인 희토류 자석은 물론 중간 부품 등 하드웨어를 중국에 의존할뿐더러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대기업의 투자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중국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관세·무역 압박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인도라는 세계 최대 시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미 지난 7월과 8월 양국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을 통해 일부 '우호' 조처가 이뤄졌다. 인도 요청으로 중국의 희토류 공급이 상당 수준으로 재개됐고 그동안 끊겼던 중국-인도 직항편도 이달부터 운항이 재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시 주석과 모디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미국발(發)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다루기 위해 더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모디 총리에게 국경 문제로 양국 관계를 규정해선 안 되며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모디 총리의 구체적인 언급은 보도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인도와 적대관계인 파키스탄이 SC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모디 총리가 SCO 톈진 정상회의 합의문에 이름을 올릴지가 관심사다. 모디 총리는 3일 전승절 열병식에는 불참하는 '절제된' 대중 접근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50% 상호관세 폭격을 받은 탓에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려고 SCO 톈진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중국에 확연하게 기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등거리 외교'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 김정은, 북중러 연계 '간 보기'하나…中엔 경제, 러엔 안보 행보?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단연 김 위원장이다.

푸틴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범으로 여기는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서방이 행사 참석을 꺼리는 탓에 열병식에는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심으로 26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서서 열병식을 참관할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그동안 껄끄러웠던 북중관계를 개선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2019년 1월 7∼10일 네 번째로 중국을 찾은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거리두기를 하는 시 주석과 중국에 서운함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전에 북한군을 파병하기 시작했다. 파병 규모도 수만명 수준이었으며, 반대급부로 북한은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과 러시아의 새로운 조약에 어느 일방이 침공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 및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사문화한 북중 조약의 유사시 군사 자동 개입 조항과는 달리 이 같은 밀접한 북러 안보 접근에 중국이 긴장하고 있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베이징과 평양 관계가 다시 활성화하고 전략적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숙원인 북미 관계 개선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를 비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일종의 국제정세 '간 보기'라는 관측도 있다.

아르티옴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수는 SCMP에 "북한의 경제 파트너로서 중국을 대체할 대안은 없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정치·군사적 동맹국으로 부상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 수혜국"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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