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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베이비붐과 코로나 고아

2021-11-12 (금) 김지나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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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아이의 출산이 많아질 거라는 예상이 있었다. 격리된 집에서 부부가 함께 집에 오래 머물면 필연적으로 출산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피임에 관한 대책들을 나라마다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무료로 피임약을 배포한 주도 있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다 해도 임신만은 하지 말라’는 구호가 나오기까지 했다.

2년여 세월이 흐르고 결국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시기의 출산율에 사회적 재조명이 시작되었다. 많은 전문가가 예상했던 다산의 꿈은 그저 꿈에 불과했는지 코로나 초기에는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컸다. 그중의 하나가 미국 가정의 98% 이상이 아이를 병원에서 출산하는데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이 코로나로 인해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7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 1900년대 67만5,000명의 사상자를 냈던 스페인 독감을 떠올리며 더이상 코로나부터 자유로운 세상이 오지 않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100년 전 의료 환경에서도 1년 만에 종식되었던 독감이 21세기 그것도 백신이 개발되어 50% 이상이 접종했는데도 불구하고 수치가 내려가지 않음을 보고 더 이상 코로나 없는 세상은 있을 수 없고 이제는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에이즈나 독감처럼 말이다.


전세계 인이 자유롭지 못한 제2차 팬데믹을 거치면서 출산에 대해 더 이상 시대를 탓하며 미룰 수 없는 일이고 더 이상 의료를 기대할 수 없으며 더 이상 가족의 해체를 방조할 수 없었다. 이념으로 총알이 빈번한 전쟁터에서도 아기 탄생의 첫울음은 기쁨이 되어 슬픔을 이겨낼 힘을 만들어 주었고, 인류의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아기의 탄생은 모든 이들의 빛이 되었을 것이다. 주춤했던 출산률을 급증하게 만드는 계기가 바로 이 시점이다.

출산율이 평균을 초과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었지만, 미국에서만 매년 300만 명 정도의 아이가 태어나고 코로나의 여파로 줄었다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수치로 볼 때 위드 코로나 시대가 개막되면서 코로나 베이비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아이의 출산과는 반대로 코로나로 부모를 잃은 세계 아동의 수는 150만 명이 넘었고 양부모 모두를 잃은 고아만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만 14만 명이 넘는 고아가 홀로 남겨졌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하고 한국은 6.25 전쟁 이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를 베이비부머라 부른다. 그때 역시 베이비붐과 고아가 동시에 비례적으로 급증한 시기다. 이전과 달리 제대로 교육을 받은 세대이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성장과 함께미디어의 영향으로 사회와 교육 문화 등을 주도하게 된 이들은 80년대와 90년대 소비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베이비붐 또한 반드시 일어날 일인데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듯하다. 코로나 이후에 코로나 베이비붐이 이슈가 될지, 코로나 고아가 더 많아 이슈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아이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가장 소외된 코로나 고아와 그 가족들을 더욱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어떠한 곳보다도 먼저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고 정부는 그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에 베이비붐으로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과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부모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 모두에게 사랑과 축복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지나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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