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주 포도 산불연기 이겨...날씨 피해 예상보다 적어

2021-11-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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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21년 와인판매 호조

▶ “심한 기온변화 극복하려는 재배업자들의 노력 탓”

워싱턴주 포도재배업자들이 금년 여름 불볕더위와 산불연기에 줄곧 시달렸지만 작물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 특성에 따른 심한 기온변화를 극복하려는 재배업자들의 다양한 노력이 축적된 덕분이다.

야키마 밸리에 소재한 유명 포도농장 ‘레드 윌로’는 1973년 이후 햇볕에 강한 포도만 재배해오다가 2010~2011년 갑자기 수은주가 곤두박질하자 미네소타대학이 화씨 영하40도에서도 자랄 수 있는 ‘마케트’ 종을 시험 재배했다. 그러자 2012년 기후가 다시 정상화된 후 오히려 해마다 더 뜨거워져 마케트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다른 문제점이 생겼다고 업주 마이크 사우어는 밝혔다. 극심한 산불연기가 포도의 향과 모양을 망친데다가 뜨거운 열기가 하늘을 덮는 소위 ‘히트 돔’ 현상으로 수확인부들이 겨우 오전 중에만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주립대(WSU)는 2015년 톰 콜린스 교수에게 산불연기가 포도에 미치는 해독과 대응책을 연구토록 지시했다. 업계의 지원을 받은 콜린스는 포도밭에 거대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나무와 풀을 태워 연기를 내가며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이들 포도로 만든 와인에서 풍기는 재, 크레졸, 훈제 생선, 멘솔 등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해냈다.

또 포도밭의 위치에 따라서 산불연기 피해가 다를 수 있어도 산불에 가까운 포도밭이 반드시 피해가 큰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 업자는 적년 수확의 5% 정도만 피해를 입었다며 대부분 프티 베르도와 카버네 프랑 종이어서 이들을 일찌감치 폐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숙성과정에서 나무 조각을 넣고, 유기농 와인 생산을 위해 미국정부가 승인한 신종 첨가물 ‘클에어럽 BIO’를 첨가시킴으로써 연기냄새를 크게 제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딘빌의 유명 포도주 양조장 ‘베츠 패밀리 와이너리’는 산불연기 냄새를 우려해 2020년산 와인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워싱턴주의 대규모 포도농장들 중 일부는 산불피해가 큰 캘리포니아 양조장에 많은 양의 포도를 판매했다. 한 재배업주는 올해 워싱턴주 포도원은 다른 서부 주 포도원들보다 피해가 적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사우어의 레드 윌로 포도원은 에이커 당 500달러를 들여 햇볕이 강하게 내려 쪼이는 서남방향의 포도밭 위를 천으로 가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햇볕을 50~90% 차단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포도가 조숙하지 않게 된다고 사우어는 설명했다.

사우어는 10년 전 마케트를 시험 재배했던 것이 지구온난화가 문제되고 있는 요즘 생각하면 우스울 수 있지만 이 같은 재배업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워싱턴주 와인 애호가들이 2020년 및 2021년도 와인을 기대감을 갖고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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