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엡스타인’ 피해자들 “진실 공개돼야”…트럼프 “민주당 농간”

2025-09-03 (수) 02: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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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들, 美의사당서 회견 열어 ‘문건 공개’ 법안 통과 촉구

▶ 공화-민주, 엡스타인 사건 대립각…트럼프, 예산비협조 민주당에 “아픈 사람들”

‘엡스타인’ 피해자들 “진실 공개돼야”…트럼프 “민주당 농간”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엡스타인 성추문 사건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증언하며 관련 기록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로이터]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엡스타인 성 추문' 사건의 피해자들이 3일 공개석상에 나와 사건 자료 공개를 위한 법안 통과를 의회에 촉구했다.

민주당이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가 문건 공개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의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피해 여성들은 이날 워싱턴DC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의 옛 연인이자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에게 어떻게 성 학대를 당했는지 증언하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해자인 아누스카 드 게오르기우는 "딸이 태어난 날, 나는 내 딸과 모든 아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토록 오래 공포와 수치심에 의해 침묵을 강요받았던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에 반대하는 유일한 동기는 잘못된 행위를 은폐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와 공화당을 겨냥했다.

그는 회견에 함께 나온 피해자들을 바라보며 "나는 더 이상 약하지 않다. 더는 무력하지 않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회를 향해 "여러분의 투표를 통해 다음 세대도 더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헤일리 롭슨은 "이것이 실제의 상황이라는 것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며 "이 여성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이곳에 직접 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법안 발의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과 이에 동조하는 공화당 일부 의원이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소속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은 회견에서 "이건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 여성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엡스타인과 그 공범들을 보호하려고 모두가 공조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시민 수백명도 "파일을 공개하라", "피해자들을 믿는다" 등의 피켓을 들고 회견에 동참했다.


엡스타인 사건은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억만장자 엡스타인의 성 추문 사건을 말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건 연루 가능성을 정조준하며 문건 공개를 위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화당은 이에 맞서 자체 결의안을 내놓는 한편 하원 감독위원회의 조사로 충분히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법무부가 의회 소환장에 따라 제출한 3만3천 페이지 분량의 파일과 동영상을 전날 공개했다. 다만 공개된 내용에 사건의 주요 쟁점을 해소할만한 새로운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루이지애나)은 기자들에게 "감시위원회의 조사는 폭넓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며, 진실이 어디로 향하든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이어 백악관이 하원 감독위원회와 협조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면서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전부 다 공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이것은 끝나지 않는 민주당의 농간(hoax)"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엡스타인 농간으로 하려는 건 사람들이 그에 대해 말하게끔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워싱턴DC 범죄 소탕 등 자신의 성과를 가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엡스타인 사건을 부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통과를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공화당이 연장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계연도 종료(9월 30일) 전에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일단 수주 또는 수개월짜리 단기 임시예산안이 처리돼 셧다운만큼은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에 비협조적인 민주당을 향해 "아픈 사람들", "트럼프 망상 증후군"이라고 맹비난하며 "나는 우리(공화당)가 중간선거에서 굉장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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