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섹스를 통해 광신적인 성직자의 위선을 통렬히 비판

2021-10-1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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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디 탐슨’(Sadie Thompson) ★★★★(5개 만점)

섹스를 통해 광신적인 성직자의 위선을 통렬히 비판

목사 알프레드가 창녀 새디에게 회개하라고 간곡히 타이르고 있다

소머셋 모음의 간단명료하고 흥미진진한 단편소설 ‘비’(Rain)는 섹스와 종교가 뒤엉켜 극적인 갈등을 이루는 얘기다. 글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중 하나인 섹스를 통해 광신적인 성직자의 위선을 통렬히 비판하고 또 조소하고 있다.

소설의 내용이 이런데다가 그 주인공이 창녀여서 할리웃의 내로라하는 많은 여배우들이 창녀 새디 탐슨 역을 맡으려 했는데 자기 시대 수퍼 스타들이었던 글로리아 스완슨과 조운 크로포드 그리고 리타 헤이워드 등이 모두 새디 역을 맡았던 배우들이다.

그 첫 번째가 무성영화시대 탑 스타였던 글로리아 스완슨이 주연한 1928년 작 ‘새디 탐슨’이다. 당시 할리웃의 자체 검열기관인 헤이즈 오피스는 ‘비’를 도덕적 문제 때문에 영화화 불가 딱지를 붙였었다. 헤이즈 오피스의 이같은 결정과 스튜디오 자체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영화화한 것은 전적으로 스완슨의 집념 때문이었다. 주연에 제작자 역도 겸한 스완슨은 영화 제목을 ‘새디 탐슨’으로 바꾸고 또 음탕한 목사 알프레드 데이빗슨을 비정상적인 광신자 미스터 알프레드로 바꾸면서 영화화에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 창녀 신분인 새디 탐슨이 승선한 여객선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배가 남태평양의 한 섬에 정박한다. 미모와 요염한 자태의 새디가 엉덩이를 돌려가며 걸으면서 이 섬에 주둔한 미 해병들의 가슴을 사로잡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새디에게 마음을 크게 빼앗긴 사람은 사전트 팀(이 영화의 감독 라울 월쉬가 팀을 연기 한다).

이 섬에는 광신적인 목사 알프레드(라이오넬 배리모어의 연기가 일품이다)가 아내와 함께 머물고 있다. 그는 섬의 야자나무마저 개종시키려드는 광적이요 집요한 사람으로 상스럽게 구는 새디를 회개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알프레드는 한번 물면 놓지를 않는 도사견의 끈질긴 자세로 새디에게 회개할 것을 종용한다. 물론 새디는 처음에는 이에 반발하나 점차 자기 과거를 뉘우치고 신앙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인간 욕망의 리듬을 상징하는 가운데 알프레드의 방에서는 목자와 어린 양간의 설득과 회개의 밀회가 이뤄진다. 그러나 동물적 욕망에 사로잡힌 알프레드는 새디를 겁탈하고 이튿날 자살한다. 그리고 새디는 종교를 비웃는 냉소주의자가 된다. 스완슨의 불같은 연기가 화면을 태우는데 스완슨(선셋 불러바드)은 이 연기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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