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고목

2021-09-13 (월) 목천 고광재/플러싱·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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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짙어가며 진한 녹색 녹아
산기슭을 물들이네

울긋불긋 야생화 춤추고
나의 길목에 덩그러니 고목 하나 서있네

그래도 모곡 중허리에
애기 손가락 가지 하나 솟아


연초록 이파리 서너 개 스치는 바람에 나풀나풀 춤과 노래

아름다운 야생화 이울지 않으려고
애타게 님을 부르고 있는데
연꽃처럼 예쁜 소녀 나물 캐며 지나치다
고목을 얼싸안고 귀 기울인다

고목 안에서 샘물 솟는 소리
엷게 들리면서
새봄에 더욱 많은 가지와 잎새를 피울란다
속삭이고 있지 아니한가.

<목천 고광재/플러싱·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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