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봐이에리즘’을 완벽하게 묘사한 히치콕 감독의 명작

2021-08-06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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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이에리즘’을 완벽하게 묘사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제프가 윌체어에 앉아 망원렌즈로 이웃의 동태를 살펴보고 있다.

서스펜스의 장인 알프렛 히치콕의 총천연색 화면이 눈부신 1951년도 작품으로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봐이에리즘’(Voyerism-엿보면서 야릇한 쾌감과 긴장감을 느끼는 증세)을 완벽하게 묘사한 영화로 히치콕도 말한 대로 가장 영화적인 영화라고 하겠다. 흥미진진하고 스타일 세련됐으며 긴장감과 스릴에 유머와 위트를 절묘하게 가미한 섹시한 서스펜스 스릴러이다.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빌리지에 사는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사진을 찍다가 왼쪽 다리가 부러져 캐스트를 하고 윌체어에 앉아 망원경으로 아파트 뒤 창(제목)을 통해 이웃들을 엿보면서 무료를 달랜다. 한 여름 맨해튼의 기온은 아침부터 화씨 90도를 넘나들어 이웃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창문을 열어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기가 안성맞춤이다. 제프가 망원경으로 엿보는 이웃들의 모습이 무언극 식으로 재미있게 묘사된다.

여러 이웃들 중에서 특히 제프의 관심을 이끄는 것이 잔소리가 심한 병약한 아내를 둔 보석외판원 라스(레이몬드 버). 어느 날 너무 더워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난 제프는 라스가 큰 트렁크를 들고 아파트를 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아침 늘 침대에 의지하던 라스의 아내가 안 보이는데 이를 수상하다고 느낀 제프가 망원렌즈로 엿보니 라스가 신문지에 톱과 식칼을 싸는 게 아닌가. 이에 제프는 라스가 아내를 토막살인 했다고 믿는다.


처음에는 제프가 헛소리 한다고 생각하다가 점차 호기심이 발동, 제프와 함께 탐정 노릇하는 사람이 제프의 애인인 금발 미녀 모델 리사(그레이스 켈리). 제프의 친구인 수사반장 탐(웬델 코리)도 믿지 않는 토막살인 극을 자기들 멋대로 수사하는 제프와 리사에 합류하는 사람이 나이 먹은 독설가인 제프의 가정부 스텔라(텔마 리터의 연기가 출중하다). 제프는 두 아마추어 조수의 협조를 받아가면서 토막살인 극을 캐들어 간다.

그리고 제프는 이웃을 엿본 죄 값(?)으로 오른쪽 다리마저 부러지는데 리사가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는 가운데 두 다리에 다 캐스트를 한 채 오수를 즐기는 라스트 신의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히치콕의 말대로 유쾌한 공포를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스튜어트와 켈리의 섹시한 콤비가 멋지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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