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가을 문턱에서
2021-08-05 (목)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어느덧 팔월을 맞아 입추절(8/7)룰 이틀 앞두며 가을의 문턱에 선 듯이, 무더위에 시달렸던 생활 분위기가 다소나마 좋아지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져봅니다. 아울러, 보름 뒤면 일년 전 이곳의 산불로 산승이 머물고 있는 선원의 (법당은 다행히 보호됐지만) 창고까지 불탔고, 바로 앞 골짜기 위의 이웃집이 전소하였으며, 주위의 산등성이를 포함하여 이 지역 일대 약 40만 에이커가 한달 가까이 화마에 휩싸였던 악몽같은 사실도 추억됩니다. 매스컴 보도에 의하면, 올해에도 벌써 지난달부터 캘리포니아를 포함하여 미국 서부지역 여러 곳에 산불이 일어나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혔으며 현재도 아직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사뭇 발생빈도가 높고 피해규모도 큰 것으로서, 앞으로도 화재발생 가능성과 위험도가 비상상태인지라 방화경계를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인 줄 압니다. 지난달에는 이 지역에 비 한방을 내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한두 달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하며, 봄부터 예년보다 강우량이 사뭇 적었고, 이미 공공 저수량이 위험수위로 낮아졌으며, 가뭄이 심각하여 당국으로부터 자발적인 절수운동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칠석(금년은 8/14)을 즈음하여, 견우와 직녀의 만남과 이별에 따른 기쁨과 슬픔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별들의 전설과 함께 실제로 그 무렵 비가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러한 낭만과 기대를 해보기 어려운 상황, 불조심과 아울러 물아껴쓰기에도 공동체 전체의 안녕을 위해 유념하고 협조하여야 할 때입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하여 미국 서부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동식물들이 모두 고초를 겪고 있는 반면, 동부와 중남부는 태풍과 홍수 등의 재해를 당하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중서부 등지에도 전례없는 폭우로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린랜드를 포함한 북극지방에서는 엄청난 빙산이 녹아내리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에도 눈이 많이 사라져 간다고 하지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생태계의 큰 변동이 오고 인류의 운명도 매우 위험할 것이라는 진단과 경고에 모든 국가가 공감하며, 사명감을 갖고 공동대응을 진행하고 있는 줄 압니다. 지구와 생명을 살리자는 정부차원의 환경정책시행도 필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인 민간차원의 시민적 호응과 협조 및 생활화로 실천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각종 자원과 에너지의 절약 또는 재활용 및 쓰레기 줄이기 등, 개인과 가정 및 직장에서의 일상생활에서, 모두가 동참하고 격려하는 분위기 실현이 요청됩니다. 구체적인 선례의 하나로, 육식을 줄이고 채식섭취 확대를 고려함도 개인 건강은 물론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데 주목합니다. 사육하는 소 한 마리가 내뿜는 메탄가스의 양과 질이 자동차 20여대의 매연가스 배출량보다 악영향이 크다는 과학적 분석결과도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한두 가지 방법의 단기간 시행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기대하기 어렵고,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꾸준히 장기적으로 실천해야만 지구적 환경재앙을 모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작년 봄부터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비드 팬데믹 역풍이 아직도 드셉니다. 백신 개발과 보급으로 대응능력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델타변이 등 새로운 도전이 거세지고 있으므로, 전문적 책임을 지고 있는 보건의료당국의 지도와 안내에 따라 공동 대응하여야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효율적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줄 압니다. 집단면역을 성취하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만큼, 자발적으로 백신접종에 동참하고 협조하여, 답답한 터널을 빨리 통과하고, 모두 함께 시원한 가을을 누릴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