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25일 낮 공원만남
▶ 산타클라라 센트럴팍
5월 30일 일요일 저녁, 솔깃한 소식이 들렸다. 몇몇 보살들이 가칭 북가주여성불자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전날부터 틈틈이 준비해 거의 마감 직전 상태였던 6월 3일 목요일자 불교면을 왕창 뜯어고쳤다. 탑기사는 단신이 됐다. 원래 단신 중 하나는 버려졌다. 본보 유월 첫 불교면 탑기사 ‘북가주 여성불자회 태동중’은 오월 마지막 일요일 밤 이런 소동 끝에 꾸려졌다.
한 주 늦춰도 될 기사를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굳이 끼워넣은 까닭이 있다. 경기불황 때문에 코로나19 때문에 탈종교화 풍조 때문에, 노상 뭐가 줄어든다 미뤄진다 없어진다 등 김빠지는 소식을 전하다 뭔가 생긴다니 절로 신이 났다. 희소식을 서둘러 전해주고 싶었다.
7월 25일 일요일 저녁, 다음 목요일(7월 29일)자 불교면 마감에 쫓기던 그 시간에 또 솔깃한 소식이 들렸다. 여성불자회 출범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처음으로 야외에서 대면모임을 갖는다는 것이다, 8월 25일 수요일 점심시간에 재작년 가을 불자연합야유회를 가졌던 그 자리 산타클라라 센트럴 팍에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기자는 “여성불자회 예비회원이 30명을 넘어섰다”는 낭보를 곁들였다.
7월 29일자 신문이 배포되기도 전에 이는 한참 낡은 숫자가 돼버렸다. 그새 50명이 넘은 것이다. 8월 5일자 기사가 나갈 즈음이면, 60명 70명을 넘을지도 모른다. 정해놓은 목표는 아니지만 올해 안에 108명을 넘길 것 같은 기세다.
의견수렴 과정도 모범적이다. 일시와 장소, 준비물 등 무엇 하나 일방통보가 없다. 카톡방에 안건을 올려놓고 누구나 의견을 내도록 해 다수결로 결정한다. 주어진 안건뿐 아니라 자유로운 의견나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예컨대, 재작년 야유회 때 손수 준비해온 재로로 ‘다육이 강좌’를 열어 찬사를 받았던 조명희 보살은 8.25 만남에는 참가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11월 중 어느 날에 김장김치를, 꽃피는 봄 4월말~5월초쯤에 간장 된장을 담그고 나누는 모임을 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첫번째 초대 대상은 당연히 미국에서 인연 맺어진 불자님이시고, 개인 신상에 이변이 없는 한 10년 계획이며 모든 재료는 제가 마련하겠다”고 밝혀 많은 감사와 찬사를 받았다.
공식출범도 안한 북가주여성불자회가 꽤 오래된 모범단체처럼 순항하는 으뜸 요인은 한 보살(한혜경)과 일곱 보살(이시자 주근영 왕명진 강민경 송정범 배경순 김준자)의 솔선수범일 것이다. 북가주 한인불교계 ‘대모’ 한 보살은 몇 년 전부터 주로 조지아주에 거주하는데다 어느덧 구순에 접어들었음에도 북가주를 직접 방문하거나 불교계 인사들과 소통하면서 대소사에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일곱 보살들은 5월 29일 줌 화상회의를 통해 여성불자회 창립취지에 공감하고 개략적인 활동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활동에 제약이 큰 가운데서도 이들은 여성불자회 취지를 알리고 예비회원을 확보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김준자 보살은 여성불자 주소록 작성을 위한 명단접수와 여론수렴 회의진행 등 품이 많이 드는 일을 기꺼이 하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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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