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의 상상력과 무의식의 힘을 자극하는 작품

2021-07-23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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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크와이단’(Kwaidan·1965) ★★★★★(5개 만점)

인간의 상상력과 무의식의 힘을 자극하는 작품

‘눈 여인’의 한 장면. 젊은 나무꾼 앞에 눈 여인이 나타나 남자를 위협하고 있다.

마사키 코바야시 감독이 1965년에 만든 일본영화로 제목은 ‘괴담’이라는 뜻. 으스스하게 아름다운 영화로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이 돼 시적 미를 발산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무의식의 힘을 자극해 보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도 내용과 화면이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워 귀신이 잡아가는 줄도 모르고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코바야시는 2차 대전 직후 출현한 감독으로 그의 다른 대표작으로는 ‘하라키리’와 ‘인간의 조건’이 있다.

이 귀신영화의 심리적 공포감과 신비성을 강력히 뒷받침 해주는 것이 아방 가르드 작곡가 토루 타케미추의 음악. 그는 나무 쪼개지는 소리, 돌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입 안에서 웅얼대는 소리와 샤미센 소리 등을 사용해 귀신영화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살리고 있다. 이 영화는 일본에 귀화한 미국인 라프카디오 헌의 소설이 원작으로 4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 ‘검은 머리’-가난한 사무라이가 헌신적인 아내를 버리고 오만한 귀족 집 딸과 결혼한다. 뒤늦게 후회한 사무라이가 아내를 찾아가니 아내는 그를 따뜻하게 맞는다. 오랜만에 아내와 단꿈을 이룬 사무라이가 이튿날 깨어나니...


▲ ‘눈 여인’-젊은 미남 나무꾼과 노인이 폭설에 갇혀 오두막으로 피신한다. 한 밤에 하얀 얼굴과 파란 입술을 한 눈 여인이 나타나 차가운 숨길로 노인은 죽이나 나무꾼은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살려준다. 10년 뒤 나무꾼이 이 비밀을 아내에게 누설하자...

▲ ‘귀 없는 호이치’-눈 먼 악사가 절에서 비파 반주에 맞춰 전투애서 패한 헤이케 가문의 이야기를 노래로 부른다. 어느 날 전사의 귀신이 나타나 전투에서 사망한 어린 군주를 위로하는 노래를 부탁한다.

▲ ‘찻잔 속에’-용감한 노장 사무라이가 차를 마시려 할 때마다 찻잔 속에서 미소 짓는 젊은 사무라이의 얼굴이 나타난다. 찻잔을 바꿔도 이 얼굴이 계속 나타나자 노장 사무라이는 차를 들여 마시는데....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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