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퓨짓사운드 이상고온ㆍ장기가뭄에 범고래도 생존 위협

2021-07-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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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들 먹잇감인 치누크 연어 격감 우려돼

퓨짓 사운드의 최장수 할머니 오카(범고래)인 L무리 25번이 더 오래 못 살 것으로 우려된다.

전례 없는 찜통더위와 오랜 가뭄으로 오카들의 주먹이인 치누크 연어 개체수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완 데 푸카 해협 서쪽 끝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L-25는 1928년경 탄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퓨짓 사운드 토박이 오카인 J, K, L 무리의 족장들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인 것으로 치부된다.


지난 93년간 무리를 이끌고 알래스카의 타쿠 강에서부터 워싱턴주의 퓨짓 사운드와 스네이크-컬럼비아 강을 거쳐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 강에 이르기까지 치누크 연어를 사냥해온 L-25가 만약 죽는다면 범고래들이 큰 낭패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지도자 그룹이 40여년 연하여서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치누크 연어를 사냥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연어 중 가장 기름지고 몸집도 큰 치누크 연어는 산간지역의 찬 계곡물에 산란한다.

하지만 새크라멘토 강에 샤스타 댐이 건설되면서 상류의 찬 물로 회귀하지 못한 연어들이 댐 하류의 뜨거운 물에 산란했다.

생태학자들은 이들 알의 치사율이 올해 90%에 달할 것으로 우려한다.

또한 강물이 뜨거워지자 치누크 연어들이 발작을 일으켜 선박에 부딪히기 일쑤이며 온 몸이 곰팡이로 뒤덮여 산란하기도 전에 폐사하고 있다.

학자들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높아진 수온이 주범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25는 샤스타 댐은 물론 그 전에 워싱턴주의 컬럼비아 강과 스네이크 강에도 댐이 건설되기 전에 태어났고 워싱턴주 전체 인구가 100만명을 밑돌았던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근래 기후와 서식환경이 급격히 피폐해지고 치누크 연어의 개체수와 몸집도 계속 줄어들어 무리들을 이끌고 어려운 노년을 살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L-25는 또한 지난 1970년대에 몰아 닥친 범고래 사냥 붐에서도 살아남았다.

당시 퓨짓 사운드 오카 중 3분의1가량이 생포돼 전 세계 수족관으로 방출됐다.

전문가들은 그 때 생포된 후 유일하게 살아남아 현재 마이애미 수족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재롱을 피우는 롤리타가 L-25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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