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평균 200여명 오랜 단골 아지트...스타벅스, 피츠 커피, 필리스 공격에도 매출유지
▶ 21년간 운영 커피콩 직접 볶아 신선하고 진해...전 시장, 에너지장관 단골, 지역 언론에도 소개돼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를 21년째 운영중인 (왼쪽부터) 정영갑, 정순자 부부와 아들 브라이언 정씨
한국인 특유의 정과 사랑으로 단골 고객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은 한인 운영 커피샵이 있다.
산카를로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Plantation Coffee Roastery)는 최대 40여년된 단골고객까지 매일 아침 방문 도장을 찍는 말그대로 산카를로스 단골 고객들의 ‘두번째 집’이자 시내 ’사랑방’같은 곳이다. 하루 평균 200명이 다녀간다는 이곳은 새벽 4시 30분부터 모닝 커피와 베이글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선다.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를 2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정영갑, 정순자 부부(66)는 “단골 고객들로 매일 아침 카페가 꽉 찬다”며 “바쁘면 고객들이 직접 주방에 들어와 청소를 돕고 음식을 가져가는 등 가족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내 정순자씨는 수백여명의 단골고객 메뉴까지 일일이 외워 무엇을 달라고 하기도 전에 손님이 원하는 음료를 내놓는다고 말했다.
1981년도에 문을 열어 올해 40년이 된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는 정씨 부부가 2000년 인수했다. 1990년 LA에 이민와 5년 후인 1995년 산마테오로 이사왔다는 이들은 카페 인수를 생각치도 못한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아내 정순자씨는 “당시 한인이 운영하던 플랜테이션 카페에 아르바이트로 5년을 일했다”며 “언어 장벽으로 도중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언어보다는 마음으로 소통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업주의 사정으로 가게를 팔아야할 상황에 놓이자 손님들이 나에게 가게를 이어가 달라고 부탁했다”며 “가게를 운영해본적이 없는 나였지만 가족들과 상의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기업 지점장으로 있던 남편은 2002년도부터 카페 운영에 함께 뛰어들었다. 전문 로스팅 학원을 다니며 커피에 대해 배웠으며, 하루에도 수십번 커피 콩을 볶고 커피 만드는 법을 연마했다. 이렇듯 성실하게 임한 끝에 남편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후 매상이 10배가량 올랐다고 정순자씨는 설명했다.
카페 내에서 직접 커피 콩을 볶는 정영갑씨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만의 특별한 점은 가게 내에서 직접 커피콩을 볶는다는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면 고소한 커피 냄새가 진동한다. 가게 한켠에서 조금은 투박하게 커피콩을 볶던 정영갑씨는 “고객들의 90% 이상이 나와 연령대가 비슷하거나 많은 시니어”라며 “약간은 탄 맛이 날 정도로 다크하게 로스팅된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권에 대형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 피츠(Peet’s), 필즈(Philz) 등이 들어왔으나 매일 가게를 찾아주는 단골 손님들로 팬데믹에도 꿈적않고 매출이 유지됐다”며 시즌별 드링크, 시크릿 메뉴 등은 없으나 투박하고 진솔한 커피 본연의 맛을 찾는 고객들로 가게는 항상 북적인다고 말했다.
직접 커피를 로스팅하는 덕에 커피 콩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도 높고, 크리스마스 등 연휴에는 선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프리 오더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지난 1여년간 수많은 비즈니스를 위기에 빠트린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는 꿈적하지 않았다. 힘든 가게 사정을 알고 단골 고객 수십여명이 돈을 기부하는가 하면 4~5달러 음료를 일부러 잔돈을 받지 않고 20달러씩 내고 사먹는 손님들도 많았다고 정씨 부부는 말했다.
이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정씨 부부의 마음과 비례한다. 정씨 부부는 하루라도 문을 닫으면 고객들이 아쉬워할까 지난 21년간 하루도 빠짐 없이 가게 문을 열었으며, 5년에 한번씩 올리는 음료값도 지난해 발생한 팬데믹으로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하며 그대로 유지중이다. 가게의 명성은 시내에 자자해 지난달 8일 ‘산마테오 데일리 저널’에 1면 기사로 나오기도 했다.
사진 1: 지난달 29일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를 찾은 제니퍼 그랜홈 연방에너지장관(오른쪽)과 그녀의 모친.(왼쪽). 이들 모두 플랜테이션 카페의 오랜 단골이다. 가운데가 정순자씨.
각종 커피와 음료는 물론 아침 대용으로 좋은 베이글과 빵, 산타크루즈 로컬 ’매리엔스’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어 시니어 단골들은 자녀, 손주들과 함께 카페를 찾곤 한다. 제니퍼 그랜홈(Jennifer M. Granholm) 연방정부 에너지장관과 그의 엄마는 물론 맷 그로콧과 탐 데이비스 산 카를로스 전 시장들도 일부러 카페를 찾아 시의원들과 사석 회의를 하는 등 오랜 단골 손님이라고 정순자씨는 말했다.
카페 야외 전경과 패티오 공간
2019년부터 아들 브라이언 정씨도 합류해 탄탄한 가족사업으로 거듭난 ‘플랜테이션 커피 로스터리’는 정씨 부부 인생의 3분의 1을 함께한 산카를로스 시의 ‘사랑방’이다. 대게 식당들만 지닌 넒은 야외 패티오를 보유해 많은 이들이 웃고 떠들며 인생을 공유하는 곳이 되었다. 여력이 닿을때까지 카페를 운영해 고객들과 함께 하겠다는 정순자, 정영갑씨. 이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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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