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그러니까 북가주 한인 불교계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빵빵하게 돌아가던 그 즈음, 이름뿐인 몇 단체 솎아내고 나름대로 활발하게 움직이던 재가단체만 헤아려도 열 손가락이 모자랐다. 이런 저런 공부모임에 참선모임에 친목회 성격의 여러 모임에 꽤 많았다. 청소년 불자단체도 카이바주니어, 카이바, 타라 등 셋이나 됐다.
경기침체 때문인지 다른 무슨 곡절 때문인지 그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더니 이제는 비활성 단체까지 합쳐도 다섯 손가락이면 족할 정도가 됐다. 재작년 가을 산타클라라 공원에서의 불자연합야유회를 계기로 살아나는가 싶던 재가불자들의 어깨동무 움직임은 지난해 초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로 다시 얼어붙었다.
이런 와중에 새 소식이 들린다. 가칭 ‘북가주여성불자회’가 태동중이라 한다. 5월 30일 김준자 보살이 돌린 전자우편 알림장에 따르면, 이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일곱 보살들(이시자 주근영 왕명진 송정범 강민경 배경순 김준자)이 전날 줌을 통한 화상모임까지 가졌다 한다. 이 모임을 주선한 이는 주로 조지아주에 머물면서도 수시로 북가주를 오가거나 연락을 주고받으며 북가주 불교계 대소사에 열정을 보여온 ‘맏언니’ 한혜경 보살이다. 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1시간30분 화상회의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산파역인 한 보살까지 합치면 여성불자회 발기인 성격의 화상회의 동참자는 8명이 된다.
재작년 ‘가을의 공원 불자 야유회’ 때 그랬듯이 여성불자회 준비모임의 일꾼대표로 김준자 보살이 이심전심 결정된 모양이다. 김 보살이 한혜경 보살의 부득이한 불참에 안타까움을 전한 뒤 “모두들 코로나로 인해 거의 1년반동안 만나지 못하다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반가워하시면서 인삿말과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한분 한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공지한 화상회의 다음과 같다.
첫째, 참가자 모두 여성불자회 같은 그룹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대찬성을 표했다. 둘째, 여성불자회는 한달에 한번 정도 정기모임을 갖는다. 셋째, 기독교단체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하듯 여성불자회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불자들을 찿거나 알게 되면 여성불자회를 통해 서로 연락하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 넷째, 여성불자회의 주요 활동에 대해서는 정기모임을 통해 의논하여 결정하되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좋은 행사나 봉사에 관해서는 수시 연락을 통해 중지를 모아 결정한다. 원활할 의사소통 등을 위해 여성불자회 전용 카톡방을 개설한다. 다섯째, 경비문제는 그때 그때 필요한 비용을 회원들의 보시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섯째, 비영리단체(Non Profit Organization) 등록하는 것은 현 상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집약됐다. 일곱째, 우선 김준자 보살 책임하에 북가주 거주 한인여성불자들의 성명과 연락처를 모아 예비 회원목록을 작성한다.
앞으로 여성불자회의 규모가 어떠할지 활동이 어떠할지 여부를 떠나, 막연히 IT기기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여겨졌던 60대 이상 보살들이 줌 화상회의를 통해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눴다는 것만 해도 상당히 고무적인 청신호로 읽혀진다. 여성불자회에 대해 궁금사항이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김준자 보살에게 연락(이메일 JJLEE45@GMAIL.COM, 전화 614-440-8484)하면 된다. 김 보살은 특히 뜻있는 북가주 여성불자들이 여성불자회에 적극 동참함은 물론 주변에도 널리 알려 우선 주소록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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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