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유가족 대상 증오편지 파문 이후
▶ 실비치 ‘레저월드’ 실버타운 거주자들 500명 시위, 미셸 박 스틸 의원 “아시아계 주민도 미국 시민”

미셸 박 스틸(왼쪽) 연방하원의원이 증오범죄 피해자의 딸 클라우디아 최씨를 위로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오렌지카운티의 은퇴자 거주 실버타운인 ‘실비치 레저월드’에서 최근 세상을 떠난 한인 유가족에게 ‘이 나라를 떠나라’는 증오 내용이 담긴 익명의 편지가 배달돼 충격을 준 사건과 관련, 실버타운 주민 등 500여명이 모여 ‘아시안 증오범죄를 멈추라’는 시위를 하고 나섰다.
29일 오전 10시 실비치 레저월드 시니어 타운 내부 베트남 플라자 공터에서 레저월드 한인회와 실비치 레저월드 매니지먼트사인 골든 레인 파운데이션(GRF)이 공동 주최한 시위 현장에는 한인들은 물론 아시아계와 백인 등 주민 500여 명이 모여 ‘아시안 증오범죄를 멈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레저월드 한인회 측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5주민들의 절반은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이었고 또 다른 절반은 백인이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네 이웃을 사랑하라’ ‘아시안 증오범죄를 멈춰라’ ‘인종차별을 멈춰라’ 등의 피켓을 들고 현장에 나왔다.
이날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이 연사로 나서서 “아시안 주민들은 미국 시민으로서 여기에 사는 것이다”며 “미국이 그들의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날 실버타운 내 민주당, 공화당 대표들과 필리핀계 단체 대표, 베트남계 단체 대표, 한인 주민 대표, 고인의 딸 클라우디아 최씨 등이 연사로 나서 ‘증오범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레저월드 한인회의 조욱장 회장은 “커뮤니티 내 100여 명에 가까운 극우주의자, 백인우월자 등이 거주한다는 통계 결과가 있는데, 그들이 증오편지를 보낸 게 아닐까 싶다”며 “타인종 커뮤니티들과 힘을 합해 타운 내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일부 주민들은 오는 4월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정문과 남문에서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앞서 지난 22일 실비치 레저월드 시니어 타운에 거주하다 최근 세상을 떠난 최모씨의 가족에게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증오 편지가 익명으로 우송됐다.
고인의 딸 클라우디아 최씨는 부친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날 우체국 소인이 찍힌 익명 편지를 받았는데, 남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해 아시안을 증오하는 위협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편지 내용은 ‘이제 고인이 없어졌으니 레저월드에서 참아내야 할 아시안이 줄어들었네. 빌어먹을 아시안들이 우리 미국인 커뮤니티를 점령하고 있다. 짐 싸서 네 나라로 돌아가라’ 등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범죄로 보고 편지의 작성자를 찾기 위해 DNA 및 지문을 채취해 분석하고 필적 분석과 주변 탐문 및 감시카메라 조사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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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