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 칼럼-‘최소량의 법칙’

2021-03-29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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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자라는 데는 산소, 수소, 탄소, 질소, 인, 황, 칼륨, 칼슘, 마그네숨, 철분 등 10가지 기본 원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부족하면 다른 원소가 아무리 넘쳐도 식물은 병든다.

이처럼 식물의 성장은 결핍된 원소 몇 개 때문에 현저히 제한된다. 특정 원소가 결핍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어야만 식물은 정상적으로 자란다. 이것을 ‘최소량의 법칙(Law of Minimum)’이라고 한다.” (홍성태, 조수용의 ’나음보다 다름‘ 중에서)

장점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보완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면, 아무리 장점이 커도 총체적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실패를 낳는다.


최소량의 법칙을 설명하는 폰 리비히((von Liebig)의 물통 비유는 유명하다. 통에 물을 채울 때 다른 판자들이 아무리 높아도 그중 한 판자의 높이가 현저히 낮으면 엄청난 물이 빠져 나간다.

캐나다 순록보호 단체가 늑대가 순록 감소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늑대를 다 잡아 죽인 결과 자연 생태계의 큰 교란이 일어났다. 물개가 대구의 천적이라고 단정하고 물개를 무자비하게 살상한 결과 바다 생태계는 파괴되고 텅 빈 바다로 도태되기 시작했다.

느헤미야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탁월한 리더이다. 느헤미야는 수많은 원수들의 훼방과 거친 환경의 악조건에 맞서 싸우면서 예루살렘 성벽을 중건했다. 느헤미야가 대 역사를 완공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52일이다.

느헤미야의 혁신적 성공 비밀도 알고 보면 ‘최소량의 법칙’을 잘 활용한 지혜로부터 나왔다. 대 공사를 순적하게 달성하기 위해선 이스라엘의 유력한 몇 지파의 협력보다 각 지파의 다양한 협력이 필요함을 느헤미야는 일찍이 깨달았다.

느헤미야는 건축 구간을 42구역으로 다양하게 나누었다. 38의 가문을 참여시켜 책임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했다. 거친 노동을 꺼리고 모험을 회피하는 귀족이나 고관들은 애초부터 참여시키지 않았다.

척박한 삶을 회피하지 않는 서민 중심으로 모인 숫자는 75명에 달했다. 그들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밤낮으로 수고하여 ‘52일의 기적’을 창출했다. 다양성의 조화란 이렇게 중요하다. 그 자리에 강렬한 꿈이 넘칠 때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은 산출된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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