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장수시대

2021-03-09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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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장수 시대이다. 옛날에는 60세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회갑 잔치를 베풀었다. 지금 60세는 청년이다. 회갑 잔치는 없어졌고 70세에 진갑을 차려 먹는 것도 별로 없다. 오래 산다는 것은 건강함을 뜻한다.

영양 섭취가 좋아졌고 건강을 위한 배려가 많다. 노인병이 많았는데 지금은 노인들도 건강하다. 건강 강의를 오래 한 이상구 박사는 건강식, 적절한 운동, 마음의 평화 등을 강조한다.

하버드 대학 건강 연구팀이 뉴저지 주 버겐 카운티에 와서 장수의 이유를 연구하였다. 뉴저지는 120세를 넘긴 사람이 100명이나 된다. 연구팀의 조사 중 주목을 끄는 것은 특히 한인들이 오래 산다는 것인데 그 이유로서 많은 한인들이 교회에 다니는 것을 지적하였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가면 많은 사람들과 의 교제가 있고, 사람들 속에 어울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한국 노래에 백세 타령이라는 것이 있다. 옛날 사람들은 죽음이란 저승 사자가 와서 데려가는 것으로 알았다.

저승 사자가 자기를 데리러 왔을 때 그에게 대답하는 노래이다. “6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었으니 갈 수 없다 일러라/ 7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많아서 갈 수 없다 일러라/ 8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참견 말라 일러라/ 9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여행 가방 싸고 있으니 기다려라 일러라/ 10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오냐 됐다 어서 가자 앞장서라 일러라” 그런데 요즘은 100세 타령을 120세 타령으로 고쳤다고 한다. 좌우간 지금은 장수 시대이다.

무조건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사는 것이 지겹다는 소리도 하고 죽지 못해 산다는 말도 듣는다. 인생 고해(苦浿)라고도 말한다. 인생은 고통 스런 바다와 같다는 뜻이다.

사는 것이 즐겁지 않고 괴롭다는 뜻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신체가 부자유 하고 고독 근심 들에 싸일 때 사는 것이 무척 괴로워진다. 그러므로 많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교육 수양 신앙 등이 필요해진다.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고 하는 시간의 내용이 중요해진다. 소위 허송세월(虛送歲月)을 한다면 그의 시간은 허무한 것이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고 노래한 옛 시인의 심정이 이해된다. 알찬 인생이란 보람차게 시간을 보낸 인생이며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낸 인생이다. 그럭저럭 살아도 안되고 빈둥빈둥 살아도 안된다.

인생은 짧으냐 기냐고 하는 질문은 끝없는 토론의 자료이지만 보람찬 사람에게는 짧고 별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쁘게 살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이다.

사명감이란 반드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만의 용어는 아니다. 누구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사명감이 행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명감이 있어야 투쟁의 용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미국에 이민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소년희망원에서 일한 것이다. 범죄 직전에 있는 문제 소년들 100명 쯤을 교육하는 곳이다. 한 지도자가 9명 씩의 아이들을 돌보고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잔다. 보수도 작고 위험한 일이었으나 내가 아홉 명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그들의 장래를 책임 있게 지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니까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딜 수가 있었다.

사명감이 있으면 힘이 생기고 용기도 나고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미국인 경찰관은 쉬는 시간에 고등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논다고 한다. 경찰관도 친절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도 늘 생각해야 한다. 보람을 찾기 위하여 신앙심도 갖는 것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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