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앤디 김, 영 김,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릭 랜드, 4명의 한국계 연방하원의원이 탄생했다.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민주)은 뉴저지, 나머지 3명은 캘리포니아주다.
영 김(공화)과 미셸 박 스틸(공화),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는 여성이다. 3명의 여성의원은 순자, 은주, 영옥 등 순진하고 낯익은 한국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들으니 이웃 동네 언니나 친구 같은 친근감이 든다. 미주 한인역사상 한국계 여성의원을 배출한 것이 처음이고 전체 연방하원의원 중 4명이나 확보한 것도 처음이다.
미국 전체 인구가 약 3억5,000만명, 한인은 약 200만명(2019 연방센서스 추산 190만8,053명), 미 전체 인구의 약 0.6%이다. 미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35명 총 535명의 의원 중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 4명, 0.75% 정도, 한국계 주 하원의원까지 합산하면 비율은 더 올라간다. 인구수 이전에 짧은 한인이민사를 돌아보면 눈부신 성과다.
한편, 뉴저지 본 선거에서 한인 5명이 시의원에 최종 당선됐다. 해링턴 팍의 준 정(무소속), 잉글우드 클립스 박명근(공화당), 팰리세이즈 팍 박재관(민주), 포트리 폴 윤(민주), 노우드 김봉준(공화) 등이다. 더욱이 내년에 실시되는 뉴욕시의원 선거 제19선거구에 한인 리처드 이 후보, 제20선거구에 아시안 샌드라 황 후보, 제23선거구에 한인 린다 이 후보가 출마했다.
소수계 이민자나 소상공인들이 불합리한 법안이나 정책에 대응하려면 정치력 신장이 우선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니 장차 우리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끝나고 상하원에서 당선인들이 확정된 이후 한국의 친지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미국 한국계정치인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 정계에 한국 사람이 많이 진출했네. 연방하원의원이 4명이라니, 미국 정치인 되기가 쉬운가?”하는 질문이 날아왔다. 미국이 쉬운 나라인가? 과연 그런가? 잠시 후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니까. 이민자가 주인이니까….” 하고 대답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일까? 연방·주 하원의원, 시의원, 교육위원까지 수십 명이상 한인들이 공직에 진출한 것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우선일 것이다, 이들은 한국 출생으로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이민 왔거나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누구든, 어려서부터 남다른 리더십에 성격이 활달하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을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인턴십, 선거 자원봉사자, 정치가 보좌관, 연방정부 공무원 등등 많은 곳에서 경험을 쌓았고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주인의식이 남달랐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 현안에 높은 관심을 보여 온 이들에게 지역주민들이 인종 편견 없이, 열심히 일하고 가능성 있는 후보를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 당선 이유일 것이다. 한인이기 전에 같은 이민자로서 지역주민의 권익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들을 미국 정계에 진출시킨 것이다.
아마도 한국의 국회의원 되기는 미국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한국선거 풍토상 본인이 엄청난 부자이거나 돈 있는 후원자, 유명세가 있어야 할 것이며 더욱이 이민자라면 단일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한국에서 정계 진출은 꿈같은 일일 것이다.
여기서 미국의 관용과 포용력을 말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미국의 장점은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 가치관을 지닌 이민자들을 적극 포용하고 공정하고 정의롭다는데 있다.
워싱턴주 신호범 전 상원의원은 1958년 미군부대에 근무하면서 인종차별을 받고 언젠가 정치인이 돼서 법을 바꾸겠다고 다짐, 1992년 정치가가 된 후 차별금지법을 입법화했다. 한국계 정치인들도 정계 진출 동기와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대선 후 인종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 미국이 하루빨리 이민자의 나라로서의 면모를 되찾기 바란다. 이들이 초당적 정책을 펼치며 올바른 미국 세우기에 힘을 보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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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