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큰 어른’박남표 장군 별세…타코마 초대 한인회장

2020-11-16 (월)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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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년 97세로 14일 하늘나라로 떠나

▶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사 동기, 논산훈련소장 출신‘투 스타’

‘큰 어른’박남표 장군 별세…타코마 초대 한인회장
워싱턴주를 포함해 서북미 한인사회의 ‘큰 어른’인 박남표(사진) 장군이 지난 주말인 14일 오후 7시25분 타코마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일제시대에 태어난 박 장군은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와 미주 한인이민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수양 딸로 최근 박 장군을 모셔왔던 마혜화 전 타코마 한인회장은 “타코마 중앙장로교회 이형석 목사님이 오셔서 이날 오전 마지막 예배를 인도하신 뒤 박 장군께서 저와 다른 두 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인은 지난해 2월 부인 박송자 권사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뒤 1년 9개월만에 부인 곁으로 떠나게 됐다.

수양 딸인 마혜화씨와 박 장군의 아들 등 유가족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례식 등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점을 감안, 회의를 통해 추후 장례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예비역 소장임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에서 ‘박 장군님’으로 불렸던 고인의 삶은 질곡과 굴레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박 장군은 독립무장단체인 황해도 구월산대 출신으로 옥천동 탈옥사건을 주도했던 독립투사 박지영의 장남으로 1923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중국 두만강 근처의 회룡봉에서 자라나 일본에서 공부를 한 뒤 육군사관학교를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동기인 2기로 졸업하고 일선 사단장으로 6ㆍ25 골육상쟁을 치러야했다.

한국전쟁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박 장군은 최전방 부대의 연대장과 사단장을 거쳐 육군 논산훈련소장을 지냈고 1970년‘투 스타’소장으로 예편한 뒤 한국 사이클연맹 회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1973년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타코마 지역 미국 회사에 취업해 이민생활을 하는 가운데 한인들의 단결과 화합을 위해 1977년 타코마 한인회를 창설,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한인들의 단합과 권익 신장을 위해 남달리 힘을 쏟아왔다.

<어머니>와 <국경의 벽, 넘고 넘어>란 2권의 책을 발간했으며 1993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비를 올림피아 워싱턴주 청사에 건립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한인정치인 양성 등 후세들의 교육에 각별히 헌신해왔을 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통 보존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다. 올해 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대한의 딸’ 매릴린 스트릭랜드 후보의 한인사회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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