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민주당 부통령 후보 해리스‘출생지 음모론’꺼내

2020-08-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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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지 몰리자 대선판 흔들기”…바이든 강력 반발

트럼프, 민주당 부통령 후보 해리스‘출생지 음모론’꺼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링 위에 오르기가 무섭게 난타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기야 ‘출생지 음모론’을 꺼내 들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로이터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링 위에 오르기가 무섭게 난타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기야 ‘출생지 음모론’을 꺼내 들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버서(birtherㆍ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피선거권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음모론을 적극 옹호한데 이은 ‘2탄’으로, 지지율 하락으로 열세에 처하자 현직 대통령이 직접 대선국면에서 인종차별적인 음모론을 조장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공개적 선긋기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역풍이 불고 있다.


문제의 음모론은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를 둔 해리스 의원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피선거권이 없다는 의혹으로 우파 변호사인 채프먼대의 존 이스트먼이 쓴 글을 극우파 인사들이 퍼 나르면서 확산했다.

트럼프 캠프의 법률고문인 제나 엘리스도 이 글을 리트윗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 도중 관련 질문을 받고 “그녀(해리스 의원)가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며 이스트먼 변호사를 지칭, “그 글을 쓴 변호사는 고도의 자격요건을 갖춘 매우 재능있는 변호사”라고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면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 부친의 고향인 케냐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헌법상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는 버서들의 음모론에 적극 가담한 바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인 2016년 9월 역풍에 따른 압박 등으로 인해 “오바마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며 마지못해 음모론을 접었다.

현행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미국 시민이 된다. 미 언론들은 해리스 의원이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1964년 10월 태어난 미국 태생 시민권자라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선거 개입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나 중국, 이란의 개입은 신경 쓰지 말라. 11월 대선의 온전함에 대한 가장 위험한 위협은 이를 보호하겠다고 서약한 미국 대통령에게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부정선거’음모론 및 해리스 의원에 대한 '기이한' 출생지 음모론 등을 제기함으로써 선거판을 흔들고 이후 선거불복을 위한 법적 싸움의 명분을 축적하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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