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신 분

2020-07-16 (목) 김자원/뉴욕 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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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셨다. 이생을 마친 분께 이르는 말이다. 왔다 간다는 얘기. 간단명료하다. ‘오고 감’ 우리생의 시작이고 마지막이다. 가는 것. 그냥 가는 것 아니고 돌아간다. 원래 자리 찾아가기에 그리 말하는가. 가야 할 곳에 이르는 길. 돌아간다는 의미는 깊다.

‘눈 코 입 귀’ 얼굴에 자리한 것들이 세상을 만나게했다. 몸과 의식으로 크고 작고 밝고 어두운 세상을 구분 짓는다. 내 맘에 흡족하면 좋은 세상. 내 맘 상하게 하면 나쁜 세상이다.

싫고 좋은 것 따로 구분되어 어디에 정착해 있지않으니 다행이다. 언제든 누구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기에.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의 파도타기 하며 한세상 누비다 간다.


삶의 어느 순간이 어느 상황이 나에게 이로운가 늘 저울질하며 지내지 않는가? 이롭고 좋은 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행복하다 한다. 머문 시간이 짧으면 이롭고 좋은 것의 허망함을 얘기한다. 불행이라 하며 한숨짓는다.

‘행복’ 이 단어는 명사도 형용사도 아니다. 사람이 지니고 싶은 보석 같은 값진 것, 머물고 싶은 상상의 신비한곳이다. 그런 것 혹은 그런 곳을 집착하며 열심히 사는 것을 잘 산 삶이라고도 한다. ‘ 삶’ 역시도 고정 되어 있지 않는데. 눈이 가리면 보이지 않는다.

나고 자라 살다가 늙고 병들어 생을 마감하는 것의 되풀이를 수없이 보고 느끼고 지내면서도 나에게만 예외라 생각하는 이가 많다. 매 순간의 이어짐이 항상 다르다는 것. 다름의 이해와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다.

마음을 깊이 성찰하는 이들이 지닌 것 중 으뜸이 바로 그 열쇠다. 이 세상의 무상, 즉 항상 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 매순간의 흐름과 변화를 알아차리므로 어떠한 처지나 환경도 바꿀 수 있다.

고만고만한 삶의 역사를 여러분께 보다 더 잘 알아차리는 여건을 만들어 일깨워주는 이들이 사회의 지도자다. 사리사욕을 떠나 공동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약자편에서 일 할 수 있는 이.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지구의 생명체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이.

그리하여 자연사랑과 보호에 앞장서는 이. 최근 몇 년간 그린벨트 토지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다. 그린벨트 해제로 이익을 노리는 자들의 압력에도.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불가’ 고수.
이러한 구체적인 설계도를 짜고 실천하여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가셨다.

그 분의 평가 극렬하게 나뉜 뉴스와 유튜브를 보고 놀랐다. 안.이.비.설.신.의.에 의한 반응은 살아있음의 가장 원초적인 느낌이다. 이성간의 미묘함. 어여삐 여긴 접근이라도 싫을 수 있다. 싫다는 단호함보다 부끄러운 몸짓이 짐짓 사태를 키울 수 있겠다는 예가 있다.


후배 이야기다. 첫 직장에 처음 화장 하고 나간 그녀에게 상사가 ‘와 이리 이쁘노’ 라며 두 손으로 얼굴을 만졌을 때 ‘이러시지 마이소’ 했단다. 이쁘다 하니 기분은 나쁘진 않았지만 마 수치스러버서. 하며 눈을 크게 뜨며 말하던 그녀의 행복한 직장생활이 기억난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대하는 현 현상에 대해 “박원순 시장이 살아온 일생을 흉내도 못낼 자들이 그의 일생 전체를 능멸하고 있다”, “변호사로, 저자로, 강연자로, 때로는 사외이사로, 그리고 시장으로 활동하면서 돈을 벌었으나, 자신은 챙기지 않고 시민단체들에 기부하고 약자들을 도왔다”며 고인의 삶이 이타적 기부로 일관되었음을 밝혔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무죄추정원칙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혐의 고소인 이유 만으로 현재 온라인상에서는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행해지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한 폄훼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나 역시 전우용 교수의 의견에 동감한다. 고뇌했을 고인에게 던지는돌팔매. 무분별한 폭력성 비판을 보는 마음이 아프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김자원/뉴욕 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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