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없는 당신을 위하여

2020-07-10 (금) 신동인 / 포트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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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아침 여섯시 해변 공원에 도착했으나 출입문이 잠겨있다. 근처에 있는 산책로로 방향을 바꾸었다. 산책로는 너무나 잘 조성이 되어있었다.

네 번째 정자를 지나는데, 해변에 두루미 두 마리가 눈에 들어 왔다. 며칠 째 두루미 사진을 찍던 중이었기에, 오늘도 무거운 렌즈와 단단한 폴대가 장착된 육 파운드가 넘는 무게의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두루미가 있는 물가 까지는 족히 이백 야드는 되는 물이 빠진 해변을 정신없이 걸었다. 산책 복장을 한 아내는 들어오지 않고 입구에서 기다렸다.

별 신경 안쓰고 계속 앞만 보고 나아 가는데, 진흙이 발목까지 잠기면서 발을 빼기가 어려워 진다. 겨우 겨우 걸으면서, 물속으로 가면 낫겠다 싶어 그쪽으로 가는데, 깊이가 더 깊어지며 몇 번을 넘어졌다. 오판을 한 것이었다. 물가 쪽으로 가면서 더 깊어지며, 몸을 가눌 수가 없어, 뒤로 넘어졌다. 물 속에 감추어져 있던 늪에 빠진 것이었다.


멀리에서 보고 있던 아내는 그 모습이 목까지 빠져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 것이다. 놀란아내가 도로 중앙에 서서 손을 흔들어, 몇 사람은 따라 왔고, 어떤 이는 경찰에 신고해 주었다.

진흙 속에 누워있으면서, 짧게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나갈 수 있다는 담대함과 확신이 생겼다. 손에 쥐고 있던 폴로 진흙을 찍어 보았다. 바닥에 닿는다. 빠져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었다. 폴대를 찍어 땅기며 몸을 움직이니 몸이 반뼘 쯤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아내가 도착했다. 내가 나갈 수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 소리치고, 천천히 빠져 나왔다. 경찰차 네 대가 출동했단다. 고맙고 미안했다. 잠시 죽음의 문턱에서 서성이면서, 눈으로는 다 보이고 소리는 들리지만 몸은 그런 것과 상관이 없다면서 꼼짝을 않았다. 죽음이 별거 아니구나 하면서 인생의 무능함을 생각해 본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무엇을 보여 주시려 아니면 깨우쳐 주시려 하셨는지 생각을 해본다.

아내의 부르짖음 속에서 답을 얻는다. 내가 없는 당신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을. 늙음 그리고 삶을 마무리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땅히 해야 할 그 무엇이. 감사할 일이다, 이런 죽음을 넘나드는 사건을 통하여 깨달음을 그리고 놓치지 않아야 할 일을 하게 하시는 분이.

<신동인 / 포트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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