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혜 갚기

2020-07-03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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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70주년을 보내면서 90대에 접어든 미 참전용사가 코로나19 대응 방호복을 받고서 한 말이 있다. “미국은 12번의 전쟁을 치렀고 이중 8번은 외국에 나가 치른 전쟁이었다. 그러나 미 참전용사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이번에 한인들이 기부한 의료용 방호복이 롱아일랜드 참전용사 요양원에 전달된 일뿐만 아니라 한인들은 전쟁기념일 등 때만 되면 6.25참전용사에게 식사 대접 또는 보훈병원을 방문 한다. 그렇다면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여 피를 흘린 다른 나라들은 왜 미국에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 걸까?

미국은 영국과의 전쟁으로 나라가 세워졌고 멕시코와의 전쟁으로 영토가 확장됐으며 1,2차 세계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으로, 기타 세계각국의 전쟁, 내전에 참여하여 세계최고국가가 되었다. 1776년 독립선언이후 244년 역사동안 150개 이상의 지역에서 일어난 250여개 전쟁 중 미국이 참전한 전쟁은 200개 이상이다. 미국이 치른 20세기 주요전쟁을 살펴보자.


1917년 4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미국은 200만 명의 군대를 유럽에 파병, 1918년 11월 연합국 승리로 전쟁이 끝났다. 1941년 12월7일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 병사 2,400명이 수장되면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전격 참여한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켰고 1945년 8월 핵폭탄으로 일본을 항복시키고 전쟁을 끝내었다.

그러나 가장 잔인한 무기를 사용했고 이후 강대국은 물론 북한까지 핵개발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승전국인 미국은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에 관용을 베풀어 크게 책임을 묻지 않았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서유럽 우방국에도 과감한 지원을 하여 경제 재건을 뒷받침했다. 그리고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에 178만 명의 미군이 투입되었고 1953년 6월 휴전 정전 협정이 맺어졌다.

1960~70년대 월남 전쟁은 미국에 굴욕스런 패배를 맛보게 했는데 1973년 미군 철수 2년뒤 월남은 패망했으며 사회주의 베트남으로 통일됐다. 1990년 8월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기습 점령하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 42일간의 전쟁 후 승리했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되었고 유럽연합, 아시아 일부 국가, 중동 5개국이 동참한 총 56개국이 참전한 국제전이 되었고 2014년 12월28일 종전되었다. 2003년 시작되어 2011년 종전된 이라크전에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었다.

미국은 현재 독일, 나이지리아, 싱가포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59개 나라와 영토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중국, 러시아 주변국들은 사소한 국제적 분쟁부터 시작하여 생화학 무기 남발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나마 미국의 존재로 아슬아슬하게나마 세계평화가 유지된다는 점도 있다.

패전국이나 후진국을 돕는 것은 세계 경제가 성장해야 그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도 커지기 때문인 것은 누구나 안다. 그래도 6.25 전쟁 후인 1961년 기준 한국의 예산이 1억달러 정도인데 미국이 무상원조한 금액은 440억달러였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러한 도움이 이어지면서 가난한 나라 한국이 오늘날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패전 후 적국이었던 미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전쟁 책임론과 엄청난 배상액, 핵폭탄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중동 지역은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면서 혼란이 심화되고 내전이 끝없이 일어나며 거센 반미 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니 이들 나라가 미국에 고맙다고 보은행사를 할 리 없다.

그러나 한국은 우방국으로써 6.25 당시와 전쟁이후 받은 것이 많다보니 갚아야 한다는 보은 심리가 있는 것이다. 또 원래 한국인들은 은혜 갚은 까치, 주인을 살린 누렁이, 착한 소녀를 구한 두꺼비 등 자기를 위험에서 구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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