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국의 아버지들

2020-07-0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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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에게 7월 4일(July 4th) 독립기념일은 연중 어느 날 보다 뜻 깊은 날이다. 1776년 7월 4일 미국 땅에 거주하던 대영제국의 식민들은 영국의 절대왕정으로부터의 독립을 결심하고 선언했다. 도화선은 영국제국의 속박과 과도한 세금 부과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그들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향해 이런 선포를 감히 하고 나섰다. 그런 용기와 기백이 있었기에 그들은 그토록 처절한 독립전쟁을 수행할 수가 있었고, 마침내는 세계 최고의 ‘미국 헌법’을 만들어내 미국을 지키는 후손들에게 값진 선물로 안겨주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미국 헌법의 첫 문장은 ‘We the People’이다. 이 문구는 그들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인간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들을 가리켜 ‘Founding Fathers(건국의 아버지들)’라고 부르는 것에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1689년 제정된 영국의 권리장전의 취지를 살리면서, 더 나아가 존 로크의 자연권 및 저항권 개념의 토대 위에 행복 추구권을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정부의 존재 목적으로 규정했다.

미국독립선언서에 담긴 인간의 평등, 하늘로부터 온 인권, 저항권 등은 그들에게 필수적일 수밖에 없던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였다. 이러한 가치들은 민주주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합중국을 오늘날 든든하게 버티게 만든 핵심적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50년간 융성 발전해 오면서 지구상 가장 풍요하고 강대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에 온 국민이 화려한 불꽃놀이 축제를 벌이며 마음껏 즐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가려 그 어느 때 보다도 우울하고 어둡다. 국민 경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사람들이 모두 암담하고 힘든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국의 위업이 저평가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단단한 기초위의 미국은 그 어떤 변고에서 쉽게 흔들리거나 무너질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은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뒤 기근이 자주 들어 백성들이 나무껍질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가난했던 조선도 500년 존속했다. 끊임없는 존폐 위기 속에서 나라가 망하기 까지 27명의 왕들과 수차례의 변란을 겪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미국은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지금 아무리 어려워도 미국경제는 곧 다시 회복될 것이고, 한인들도 기필코 다시 일어설 것이다. 한국인은 특유의 근면성과 끈기로 선진 대한민국 경제를 만들고, 맨손으로 머나먼 이국땅에 이민 와 척박한 환경에서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강인한 민족이 아니던가.

그 당시 보여준 한인들의 실력을 생각하면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1970년대 극심한 가난 속에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우리도 할 수 있다, 잘 살아보세...” 하며 힘차게 불렀던 새마을 운동 노래가 새삼 귓전을 맴돈다.

미국은 지금 코로나로 무너진 국민들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상인 융자 및 실업수당 지급, 여행비 세금탕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개개인도 빠른 회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하기보다 미국의 시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더욱 충실히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건국의 아버지들이 후손을 위해 만들어준 나라를 굳건히 잘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올해 July 4th를 맞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남긴 명언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도 이 위대한 나라의 당당한 한 시민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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