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들풀이

2020-06-24 (수) 신동인/시인·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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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이
너무나 오래 자리를 비워
색바랜 의자에 자기 자리인양
차지하고 있는 들풀

늘 당신께서 앉으시던 자리인데
재택이 해제되면 뽑아 버려질
들풀이 나즈막이 부탁한다

뽑지 말고 한쪽 귀퉁이
구석도 좋으니 있게해 달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자기가 있었다며


어쩌면 빈 시간이 아니라
채워져야할 귀한 시간였던 것을
깨우쳐 준다

늘 한쪽 구석에 쭈르리고 있던
나의 들풀을 보게해준
코비드-19를 지나며

<신동인/시인·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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