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

2020-06-18 (목) 홍덕원/ 플레인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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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오복(五福) 중 하나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들어왔다. 오복이 무엇인지 사전을 찾아보니 오복은 수강령유호덕(壽康寧攸好德) 고조명(考終命) 이렇게 다섯가지로 되어있다. 수는 장수하라는 말일 것이고 강령은 요즘 사람들이 무던히 신경을 쓰는 건강을 말하는 것이고 유호덕은 덕을 베푸는 것을 낙으로 삼는 뜻이고 고종명을 제명대로 편히 죽는다는 말이다.

복이 다섯 가지인데 여기 이가 오복의 하나라는 말은 없다. 그러니 두 번 째의 복은 내 나름대로 다섯으로 세분해서 보니 아마도 부모 복, 처 복, 혹은 남편 복, 자신 복, 돈 복, 그리고 치아 복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가 좋아서 잘 먹고 잘 씹고 소화 잘 시키고 그래서 건강하고 건강해야 수할 것이 수해야 유호덕이며 이 모든 것이 갖추어져야 고종명이다.

그러니 이가 모든 복의 근본이 된다고 봐야 되겠다. 이가 오복의 하나가 아니라 만복의 근원이 되다보니 TV 연속극에 나오는 건강하고 젊은 여자 탤런트의 이를 보면 진주알 같은 이가 가지런히 광채를 띈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도 이제 이 걱정을 할 나이가 되었다. 복을 덜 타고 나서 이가 별로 시원치 아니한데 나의 치과의사는 아프다고 하면 무턱대고 빼버리라는 쪽으로 몰아가는 사람이다. 치과에 가기가 무섭다. 어금니는 다 나갔는데 다행히 앞니들이 남아있어 볼썽사납지 아니 한 게 다행이다.


요즘 치과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여 임플란트로 생니 못지않게 씹기도 한다는 데 이 하나에 수천달러가 든다니,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내 호주머니도 그렇고 자식들 호주머니 기웃거릴 수도 그냥 버티고 있다.
더러는 이가 좋아서 80평생 치과의사 신세 진 일 없어 치과의사 굶어죽게 할 사람도 봤는데 꼭 이를 잘 닦는 것도 아니다. 그저 손가락에 소금 찍어 문지른 것 밖에 없다는데 그렇게 이가 좋다니 타고난 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당뇨가 조금 있어서 면허증 없는 마누라 간호사 지시대로 음식을 가려 먹고 소식을 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토끼처럼 풀만 먹으라고 하니 이것 또한 하나님의 자비하신 뜻으로 생각한다.
이가 좋으면 그보다 더 좋은 축복은 없겠지. 잘 먹고 잘 삭이고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면 누가 뭐래나. 그래서 이가 좋아도 감사, 이가 나빠도 감사, 소식 하고 성인병 모르고 장수하니 이래저래 감사할 뿐이다.

<홍덕원/ 플레인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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