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시대 개막과 국제조약

2020-06-17 (수)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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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간기업 ‘스페이스X’가 제작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지난 5월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트럼프와 미국우주위원장인 펜스 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스페이스X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2024년을 시작으로 장차 인류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원대한 꿈을 내걸고 2002년에 설립한 우주기업이다.

두 명의 비행사를 태운 크루 드래건은 19시간을 날아 지상 400km에 설치된 축구장 크기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안전하게 도킹하였고, 비행사들은 여기서 1~4달 정도 연구업무 등을 수행하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의 발사 성공은 러시아와 미국, 중국 등 3개국 위주로 국가 차원에서만 독점해오던 우주사업 영역이 민간으로까지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9년전 미국의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미국 우주인과 화물을 우주정거장에 날라준 운송료로 연간 5,000억 원씩을 챙기던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 미국기업 금고로 자연스레 이전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스페이스X 외에도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 영국의 우주회사 ‘버진 오빗’ 등 세계굴지의 기업들이 우주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보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우주시대 개막이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소행성에 매장된 천문학적 규모의 백금 등 광석을 채굴하기 위해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와 같은 신종 광물회사가 몇 년 전 미국에 생겨났는가 하면 작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최초로 미 우주군(US Space Force)을 창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주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관련 국제법규는 까마득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기존의 우주 법규가 유인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발사할 정도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겸비한 극소수 나라에만 해당되다 보니 여기에 끼지 못하는 다른 나라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마련된 국제조약이라곤 닐 암스트롱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기 전에 체결된 우주조약(1967년)을 비롯하여 우주항공사의 구조 및 외기권에 발사된 물체의 회수에 관한 협정(1968년), 우주물체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제책임에 관한 협약(1972년), 외기권에 발사된 물체의 등록에 관한 협약(1976년), 달에 관한 협정(1979년) 등 5개 조약이 전부다.

이들 조약의 요지는 천체를 포함,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행해져야 하며 어떤 국가도 독점적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달을 비롯 모든 천체는 평화적 목적을 위해서만 이용되어야 하며 군사적 이용은 일체 금지된다.

이 조약을 바탕으로 우주 강국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별다른 분쟁 없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맘껏 누려왔지만 민간 우주시대가 성큼 다가옴으로써 새로운 우주 질서를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시급하게 됐다. 왜냐하면 민간기업과 개인이 소행성 자원을 채굴하고 소유할 수 있도록 미국이 2015년에 제정한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법’(CSLCA)이 독점적 우주 영유권을 배척한다는 조약에 어긋난다며 다른 나라들이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재산권의 보장 없이 어느 누가 천문학적인 돈과 목숨을 걸고 우주를 개발할 것인지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미국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해결과 더불어 우주법 위반자를 단속할 국제기구와 국제 기업간의 각종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법원 설치, 우주여행과 소행성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들도 지구촌 모든 나라가 모여 우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할 부분이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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