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피톨 힐’ 전세계 논란 중심에 ‘자치구역’선포…BLM 도로페인트

2020-06-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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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언론 비난 보도…더컨 시장 “현재 문제없어”

‘캐피톨 힐’ 전세계 논란 중심에  ‘자치구역’선포…BLM 도로페인트

시위대는 11일 자치구역 도로에 이번 시위의 모토인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대형 문구를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AP

전세계에서 일고 있는 경찰 과잉진압 항의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와중에서 시애틀 다운타운의 ‘캐피톨 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위대가 이 지역을 완전 장악하면서 ‘캐피톨 힐 자치구역’(Capitol Hill Autonomous ZoneㆍCHAZ)이라고 선포한 것이 과연 합당하느냐는 찬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경찰이 이 지역에 있던 동부 파출소를 자진 포기해 철수한 뒤 시위대가 자치구역이라고 선포한 지역에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올바른 공권력 집행이냐는 의견들이 맞서고 있다.


우선 시위대는 지난 8일부터 캐피톨 힐지역 E 파인 St와 10th Ave E에서 13th E 사이 6개 블록 정도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한 뒤 이곳을 ‘CHAZ’라는 자치구역이라고 선포했다.

지난 8일 당시 시위대의 방화 위협 등에 시달리던 시애틀 경찰 동부 파출소는 자체 바리케이트를 철거한 뒤 상주 인력을 철수시키고 파출소를 사실상 포기하고 떠났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주변에 있는 칼 앤더슨 파크에 텐트를 치고 자치구역 본부를 설치한 뒤 이 일대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다.

‘자치구역’이 선포된 뒤 경찰력이 빠진 만큼 이후에는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시위대는 11일 자치구역 도로에 이번 시위의 모토인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대형 문구를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

특히 시위대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당신은 미합중국을 벗어나고 있다. 자유로운 캐피톨로 온 것을 환영한다’는 글귀를 올린 뒤 사법ㆍ경제ㆍ보건ㆍ교육 제도에 대한 30개의 요구 사항도 밝혔다.

그 첫 번째는 경찰과 관련 사법기관에 대한 예산을 100% 삭감하고 폐지하란 것이었다. 시애틀 시와 경찰 당국은 시위대와의 대화를 통해 동부경찰서를 되찾고 치안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인 뉴욕타임스는 “경찰 없는 삶이란 실험은 거리 축제와 공동체로 나타났다. 수백 명이 연설, 시, 음악을 듣기 위해 모였다”고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캐피톨 힐 지역은 1960년대부터 동성애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록ㆍ펑크 음악을 즐기던 곳으로 독특한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 이곳이 시위가 한창인 지금도 시애틀 대중문화의 중심지란 점에 초점을 둔 것이다.

반면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는 ‘복수의 언론이 시애틀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turmoil)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특히 유명한 한 언론사는 그곳을 축제 구역이라고 불렀다’고 비판했다.

또 무장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앞을 지키며 자치 구역에 들어가려는 주민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지역 상인들의 돈을 갈취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 앵커인 숀 해니티는 시위대를 “무장한 안티파(ANTIFA·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 참가자들”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자 CNN은 “우파 언론은 안티파 무장 세력이 시애틀 일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하지만 현지 당국의 설명은 다르다”며 “긴장 완화를 위해 경찰이 떠난 뒤 작은 구역을 점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시애틀시와 경찰은 시위대와 대화를 통해 이곳을 다시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니 더컨 시애틀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 군을 투입해 장악하겠다는 뉘앙스로 말을 한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군 투입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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