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캐피톨 힐 ‘해방구’됐다 … 시위대 캠프 마련 ‘자치구역’ 선포

2020-06-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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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와 인슬리 주지사 및 더컨 시장 트윗 설전

시애틀 캐피톨 힐 ‘해방구’됐다 … 시위대 캠프 마련 ‘자치구역’ 선포

시위대가 완전 장악한 뒤 ‘자치구역’을 선포한 시애틀 다운타운 캐피톨 힐 도로에 10일 차량 통행을 금지하기 위한 바리케이트가 처져 있다. /AP

조지 플로이드(46) 사망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시애틀에서도 14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가 다운타운 캐피톨 힐 지역을 완전 장악했다.

시위대가 자체 시위 캠프까지 설치한 뒤 일부는 무장을 하며 ‘자치구역’으로 선포한데다 시애틀 경찰까지 현장에서 물러나면서 그야말로 시위대의 ‘해방구’가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이를 놓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합법적으로 매일 평화시위를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무장을 한 채 자체 캠프까지 마련한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 및 제디 더컨 시애틀시장간에 트위터 설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들은 이번 주부터 캐피톨 힐 지역을 완전 장악한 뒤 한 건물에 캠프를 차려 놓은 뒤 ‘자치구역’을 선포한 상태다.

이 일대가 이번 시위의 근거지가 되면서 이곳에 설치돼 운영되던 시애틀경찰국 소속 동부 파출소도 결국 폐쇄된 상태다.

경찰은 파출소 인근에 처져 있던 바리케이트를 제거한 뒤 평화로운 시위를 보장하면서 경찰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대들은 파출소에 새겨져 있던 ‘Seattle Police’란 문구에 페인트를 칠해 ‘Seattle People’로 바꿔놓은 상태다.

미 서부지역에서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진보적인 도시로 통한다.


시애틀시 중에서도 젊은이들이 모이는 캐피톨 힐 지역은 동성애의 본거지며 진보적인 동네로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985년 레즈비언 대상 술집으로는 최초로 문을 연 와일드 로즈 터번은 현재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레즈비언 바로 유명한 곳이다.

시위대가 캐피톨 힐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접한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은 10일 밤 늦게 제이 인슬리 주지사와 제니 더컨 시애틀 시장을 겨냥해 트윗을 했다.

트럼프는 트윗에서 “급진 과격파인 주지사 제이 인슬리와 시애틀 시장이 위대한 우리 나라가 현재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조롱과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금 당장 도시를 찾아와라. 당신들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겠다”며 “이것은 게임이 아니라 추악한 무정부주의자들이 당장 허리를 굽히도록 해야 한다. 빨리 움직여!”라고 썼다.

시위대를 ‘국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피톨 힐이 시위대에 장악된 것을 비난하며 강력한 행정력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슬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타를 조롱한 뒤 “전혀 국가 통치 능력도 없는 사람은 워싱턴주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되받아 쳤다.

더컨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시위대가 백악관으로 몰려오자 지하 벙커로 대피해 ‘겁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 모두를 제발 안전하게 해달라. 당신은 벙커로 돌아가기나 하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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