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운영 레드몬드 명소 ‘웨스턴 웨어’ 문닫아

2020-06-03 (수)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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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승주 이사장, 43년 전통 가게 접고 은퇴

▶ 현지 신문 안타까운 소식 전해

한인운영 레드몬드 명소 ‘웨스턴 웨어’ 문닫아

홍승주 이사장이 폐업을 하기 전 자신이 운영해왔던 ‘웨스턴 웨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인이 운영하던 ‘레드몬드 명소’가 문을 닫으면서 현지 고객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현재 워싱턴주 한인의 날 축제재단 홍승주 이사장과 홍정아씨 부부가 레드몬드 다운타운에서 운영해왔던 ‘웨스턴 웨어’(Western Wear)가 주인공이다.

이 가게는 카우보이 부츠와 모자, 조끼에다 가죽 재킷과 청바지 등 그야말로 과거 서부시대에 즐겨쓰던 물건이나 의복 등을 파는 ‘웨스턴 샵’이다.


시애틀지역에는 과거 웨스턴 샵이 많았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홍 이사장이 운영하던 이 가게를 포함해 몇군데 남지 않았다.

홍 이사장도 과거 시애틀지역에서 4개의 웨스턴 샵을 운영했을 정도로 한때는 번창했던 업종이었다.

홍 이사장 부부가 이 웨스턴 샵을 시작한 것은 43년 전인 1977년이었다. 처음에는 레드몬드 베어크릭 지역 건물을 빌려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조그만 시골 타운이었던 레드몬드 지역에는 농장이 많았고,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으며, 실제로 카우보이들도 적지 않았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뒤 레드몬드로 옮겨왔을 무렵도 홍 이사장이 웨스턴 샵을 오픈했을 무렵이다.

홍 이사장은 “1970년대 후반에는 퓨알럽 페어는 물론 레드몬드 지역 축제 등에도 웨스턴 물건을 가지고 나가 판매를 했는데, 당시 빌 게이츠가 축제장에 컴퓨터를 들고 나와 바로 옆자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홍보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20여년 전 현재 레드몬드 다운타운 건물을 구입해 이곳으로 이전을 했을 당시만 해도 웨스턴 삽은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서부시대에 즐겨 쓰던 물건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정원 일 등을 할때 신는 신발이나 청바지, 작업복 등도 함께 취급하는 만큼 즐겨 찾는 고객들도 많았다.

또한 웨스턴 물건 등이 많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멀리서까지 이 가게를 찾아 1,000달러가 넘는 카우보이 부츠 등을 사가는 단골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크게 변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이 가게도 최근 10여년은 아마존 등을 통해 물건을 주로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변화를 겪어야 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은 매출액은 크게 늘어날지 몰라도 아마존 등에 수수료를 많이
내다보니 마진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도 또한 사실이다.

홍 이사장 부부는 고희를 넘긴 나이인데다 웨스턴 물품에 대한 구매 등도 온라인 등으로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결국 한 평생을 받쳐 일궈왔던 가게를 문닫기로 결정해 폐업 세일을 한 뒤 지난 달 건물을 임대해줬다.

레드몬드지역 신문인 ‘레드몬드 리포터’는 최근 “레드몬드 명소가 사라지면서 많은 고객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웨스턴 웨어’의 폐점 및 홍 이사장 부부의 은퇴소식을 전했다.

현재 한인이민사편찬회(회장 강영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홍 이사장은 “이제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매일 출퇴근을 하던 가게도 문을 닫고 은퇴한 만큼 1903년 하와이 이민이 시작된 뒤 올해로 117년이 되는 한인이민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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