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전쟁터‘방불’ 5,600명 체포…시애틀 등 전국서 항의시위

2020-06-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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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위해 30분간 최루탄 쏘며 ‘군사작전’

▶ 흑인의원 수갑도

미국 전쟁터‘방불’ 5,600명 체포…시애틀 등 전국서 항의시위

‘흑인사망’사건을 항의하는 시애틀 시위대가 1일 오후 캐피톨 힐까지 평화행진을 벌인 뒤 경찰이 에워싸인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부 시위대들은 평화행진을 벌인 뒤 밤 9시를 넘기면서 물병을 던지는 등 폭력시위를 이어갔다. /AP

흑인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짓눌려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 인종 차별 시위가 미국 전체로 번지며 악화일로다.

시애틀을 포함해 미 전국에서 번지고 있는 이번 시위로 인해 곳곳에서 최루탄이 난무하고 방화나 약탈까지 이어져 미국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선포하고 경찰에 이어 주 방위군까지 투입해 폭력 시위 진압에 나섰지만, 1일 수도인 워싱턴DC에서조차 통금에도 불구하고 7일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며 ‘아비규환’의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도 시애틀을 포하해 애리조나주전역,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덴버, 마이애미, 올랜도,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신시내티, 필라델피아 등 40개이상 대도시에서 통행금지가 발령됐다.

백악관 인근에서도 최루탄과 고무탄까지 등장했지만 분노한 시위대를 해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미 전역에서 무더기 체포가 잇따랐고, 경찰이 총격을 입는 일도 발생했다. 현역 흑인 의원이 시위 현장에서 수갑을 차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 동원을 포함,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화염과 분노’에 휩싸인 미 심장부 수도 워싱턴DC 상공에 군 전투헬기까지 투입되는 등 전장을 방불케 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폭력시위 대응을 위한 중앙지휘본부도 꾸려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DC는 지난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많은 체포가 이뤄졌다”며 “압도적인 병력. 진압”이라고 적었다.

언론이 경찰 발표와 트위터,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한 결과 플로이드 사망 시위로 전국에서 최소 5,6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5명 이상의 경찰이 지난밤 시위 과정에서 총격을 당했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위대를 막던 4명의 경찰이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시위 도중 경찰관 1명이 총에 맞아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관의 정확한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주 버펄로에서는 SUV 차 한 대가 시위를 막던 경찰을 향해 돌진해 한 명이 차 바퀴에 깔리는 등 경관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흑인인 젤러 마이리 뉴욕주 상원의원은 1일 밤 브루클린에서 ‘평화적 시위’도중 최루액 분사기(페퍼 스프레이)를 맞은 뒤 경찰이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는 일을 겪었다.

앞서 1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내 로즈가든 기자회견이 진행될 무렵 중무장한 경찰 차량과 군인이 곳곳에 배치됐고, 이에 맞서 다양한 인종의 시위대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여기는 우리의 거리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이 진행된 때는 이미 통행금지령이 시작되는 오후 7시가 임박한 시간이었다.

이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길 건너 세인트존스 교회로 가는 길을 트기 위해 주 방위군이 경고도 없이 최루탄과 연막탄을 발사해 연기로 가득 차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에서 성경을 든 채 사진 촬영을 한 후 비밀경호국 대원들의 엄호 속에 오후 7시 30분께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작과 교회 방문, 백악관 복귀까지 30분 동안 ‘군사작전’'이 벌어진 것이다.

200∼250명 규모의 현역 미 헌병부대가 당장 워싱턴DC에 배치될 수 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이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는 아울러 뉴욕ㆍ뉴저지ㆍ유타주 등 5개 주에 주 방위군 600∼800명을 워싱턴DC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워싱턴DC의 주 방위군 1,200여명은 현재 전원이 동원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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