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도자

2020-05-22 (금)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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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기분이 상큼하지 않다. 어두운 색상이다. 그 어둠은 서서히 짙어지고 있다. 예삿날과 다르다. 그을음 같은 미립자들이 여기저기 울렁대는 마음을 살펴본다. 언제부터인지 살며시 마음에 들어와 내 감각을 조금씩 지배하고 있다. 답답해 머리를 흔들면 오래 방치해둔 상자 위 먼지가 날리는 듯하다.

은퇴하면 인문학이나 문학을 해보겠다며 사이버대학 입학을 예정했던 분, 불교 방송도 후원해 주신 고마운 분, 빠듯한 일과를 쪼개어 늘 책을 읽는 분, 부부가 오랜 세월 운영해 자녀교육, 가족안정과 기반을 마련했던 가게를 정리하고 은퇴 후 건강 챙기는 일정시간에 세상의 좋은 말, 동영상 카톡을 주신다.

어제 오후쯤이다. 검은색 안경에 군복 입은 사진배경에 ‘애국자 박정희! 제2의 박정희 나와라. 국민은 간절히 기다린다’는 글을 보내왔다. 그리고 미국정부가 40년 만에 밝힌 비밀문서 진실--5.18폭동은 북한첩자들과 김대중 추종자들이 선동해 만든 것-이라는 긴 글이 뒤를 잇는다. 예상 밖의 내용이다. 내 마음 어두운 이유를 찾았다. 훌륭한 인격과 정치적 이념은 다를 수 있다. 최고학부 최상위 집단의 일원인 지인이 털어놓는다. ‘사상과 종교적 믿음도 마찬가지다’ 라고.


매사에 당장 대답하고 행동에 옮기는 나에게. ‘좋은 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 라며 ‘한번 생각해보고 답을 하는 게 불이익을 덜 받을 것’이라 충고 듣는 나다. 한발 물러서서 밖의 원인보다 내면의 얘기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단톡에 나도 모르게 초대되었다. 몇 번 보다가 단톡방을 나왔다. 다시 초대해 줄기차게 보내는 소식들. 나름 사명감이 엿보인다. 조용히 나오려다 ‘가짜뉴스 고발 될 수 있습니다. 퍼나르는 사람도 해당됩니다’하고 나왔다.

누군가의 의견에 ‘옳지 않다’ 반박하며 사는 일 무의미 하다는 것 알았다. 사실 아닌 얘기에 침묵으로 지내는 것은 동조와 같다며 열 올리던 때도 있었지만. 자신의 일이 바쁘면 그런 것이 보이겠는가 반문하는 이도 있다.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생 여정이다. 각자 옳다는 시점과 시각의 테두리는 선 자리에 따라 다르고 그 결정은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왈가왈부 따지는 일 자신의 삶이 평온하고 행복 할 수 없다면 그 일은 소모적이다. 어둡던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

오랜 지인은 ‘이익도 안되는 일에 열을 내고 참석하느냐’며 ‘세월호 집회’ 참가하는 나에게 자제하라 한다. 이익이란 무엇인가? 물질적 정신적 풍요 가져오는 것이리라. 베푸는 이들은 자신의 물질 나누며 정신적 풍요에 마음 뿌듯해 한다.

자신의 욕구에 의한 욕심이 배제 된다면 그 어떤 행위도 인생의 이익이며 보탬이 된다. 선행마저도 욕구에 의하면 불선행이 되는 원리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 무아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도움 되는 그 무엇이 되리라. 내 뜻대로 하기위해 반대하는 이를 죽여 평정을 이룬 지도자는 자연을 역행한 자다. 각자 다른 의견에 잡음이 들리고 좀 더디게 가더라도 원칙과 ‘사람이 먼저다’라는 자비와 사심 없는 지도자의 행적은 결과가 찬란할 것이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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