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수리와 종달새

2020-05-08 (금)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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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침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준 글이다.
뉴욕에 산지 40년이 된 다큐 ‘헤르니모’의 전후석 감독이 썼다. 국뽕, 정말 싫은데 이 글 읽고 뭉클 한다.
“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사실 뉴욕에서 3월 중순부터 약 한달동안 코로나 의심 증상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한국행 비행기를 2번 연기하고 항공기에서도 최근 유증상이 있었던 이들을 특별 관리공간이 있어 자처하여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과거 유증상이 있었던 이들에겐 현장 검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죠.

1. 입국 후, 무증상자는 집으로 이동하고 최근 2주 전까지 유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이들은 의사선생님들과 상담을 받고 코로나 검사를 받습니다. 공항에서 간이로 만든 장소에서 곧바로 검사가 이루어 졌습니다. 검사를 받고나니, 뉴욕에선 그렇게 받고 싶었는데 못했던 검사를 이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어이없어 허탈한 웃음이 나오더군요.

2. 그 이후 공항에서 대기하는데 저녁을 줍니다. 검사 결과가 새벽에 나오기에 대기자들을 공항 근처 호텔로 이동 시켜 다음날 오전까지 휴식을 취하게 합니다.


3. 다음날, 음성 판정자들은 호텔에서 나와 아침 도시락을 받고공항으로 이동하여 특별 이동수단을 이용해 집 근처 구청까지 옵니다. 구청에서는 완전무장 된 특별 자가용으로 각 사람을 집 앞 현관까지 “모셔드립니다”.

4. 집에 도착하자 3번의 전화가 옵니다. 저를 2주간 관리해줄 담당자와 구청 관계자의 전화, 그리고 자가격리앱 관련하여 몇 가지 지도를 받습니다.

5. 자가격리 이틀째, 큰 소포가 배달이 됩니다. 소포 안에는 손소독제, 체온측정기, 소독스프레이, 마스크 열 몇 장, 쓰레기봉투, 그리고 2주간 먹을 수 있는 물, 밥, 라면, 휴지, 칫솔, 치약, 참치 등이 있습니다.

6. 유럽 등 몇개 국가에서는 한국의 이런 시스템에 대해 “국가적 감시”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저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과정에서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를 느낍니다.

’여기서 칼릴 지브란의 깨우침의 경인구(驚人句) 하나 들어본다. 그의 우화집 수상록 ‘방랑자 (The Wanderer)’에 나오는 ‘독수리와 종달새’ 이야기다.
‘높은 산언덕에서 종달새와 독수리가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독수리는 대꾸를 하는 둥 마는 둥 대답한다.

“독수리들은 새 중에 왕인 걸 넌 모르나? 우리가 너에게 말 걸기 전엔 네가 감히 우리에게 먼저 말 붙일 수 없다는 걸.”, “우린 다 같은 한 가족이라 생각하는데요.”, “너와 내가 같은 한 가족이라고 그런 따위 소리를 누가 네게 하더냐?”
그러자 종달새가 팔짝 날아 독수리 등에 올라타고 쪼기 시작했다. 독수리는 급하게 높이 날아올라 종달새를 떨쳐버리려 했으나 허사였다. 산언덕 바위로 돌아오고 말았다. 작은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 이 광경을 보고 너무 웃다 못해 발랑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너 느린뱅이! 땅에서 겨우 기는 녀석이, 뭘 보고 웃는 거냐?” 거북이가 대답했다. “왜요, 당신은 말이 되었군요. 작은 새 한 마리를 등에 태우고. 그 새가 당신보다 더 훌륭한 새이죠.”
독수리가 대답했다. “넌 네 일이나 봐. 내 형제 종달새와 나 사이의 한 가족 집안일이니까.”

1782년 6월 20일, 미국은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를 미국을 상징하는 새로 선정했다. 이유는 흰머리 독수리의 긴 생명과 강인한 힘 그리고 위풍당당한 외모에다 그 당시로서는 미 대륙에만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태상/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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