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갇힘의 자유를 찾아서

2020-05-04 (월) 김재열 / 뉴욕 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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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감방에 두 죄수가 투옥되었다. 이 죄수들은 손바닥 만한 창을 통하여 교도소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한 사람은 푸른 창공에 자유롭게 나르는 새들을 보면서 훗날 자신의 비상의 꿈을 꾸며 노래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그 창을 통해 썩어 악취를 풍기며 흐르는 하수구를 보면서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만기 출소를 했다. 파란 하늘의 비상을 꿈꾸며 노래했던 수인은 시인이 되어 시집을 출간했지만 늘 비관하던 그 사람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있다.

세계인들은 지금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 19라는 중형을 언도 받고 집안에서 갇힘의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번 갇힘의 기간이 꽤나 길어서 벌써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두 주간을 더 갇혀 있어야 할 것 같다.
외출이 완전 차단되었다. 따라서 직장도, 학교도, 사업도, 모든 사회적 활동도 갇혀 버렸다. 모든 길들이 닫혔고, 하늘도, 바다도 국경들마저도 철저하게 닫혀 버렸다. 75억의 인류를 동시에 몽땅 가둬 버렸다. 자신들의 건강과 이웃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형을 받고 지금 세계가 자택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 갇힘의 시간들 속에서 시를 쓸 것인지? 아니면 답답하다고 불평하며 타임 킬러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면 인생을 낭비한 죄로 줄무뉘의 수인복을 입고 고도에 갇혔던 빠삐용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갇힘의 시간들을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세계 역사를 바꿔 놓았다. 자신의 힘으로 이 갇힘들을 이겨 나갈 수 없다면 여기엔 분명히 크신 신의 뜻이 있음을 감지해야 할 것이다.


백인들의 무자비한 인권 탄압으로 감옥에 갇혀 미래가 보이지 않던 넬슨 만델라는 갓 태어난 외손녀의 이름을 소망(자지웨)으로 이름 짓고 27년이라는 갇힘의 삶 속에서 영원한 용서의 대통령으로 노벨상 수상자로 변신했다. 영국의 땜장이였던 쟌 번연이 12년 감옥에 갇히면서 성경 다음으로 베스트 셀러북인 필그림 프로그래스(천로역정)을 남겼다.
한국의 국부 이승만 박사도 한성 감옥에서 6년을 갇힘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의 기독교 입국론의 기초를 세웠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흑인들의 인권을 회복시켰다. 성경의 요셉은 젊은 나이에 10년을 억울한 감옥에 갇혔지만 거기서도 비전을 버리지 않으매 애굽 제국의 위대한 총리가 되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갇혀 지냈지만 태우지 않는 가시떨기의 불꽃을 보면서 엑서더스의 영웅이 되었다. 다니엘은 사자굴에 갇혔지만 절대자의 손길을 체험하면서 바벨로니아 왕조가 5번이 바뀌면서도 40년간 총리의 자리를 굳게 지킨 역사의 유일무이한 정치인으로 기네스북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도 바울 역시 로마의 감옥에서 비록 참수형으로 종말을 맞았지만 그의 옥중서신은 오늘의 기독교를 세웠고… 수많은 세대들에게 ‘나의 갇힘이 도리어 복음의 진보를 이뤘다’(빌1;12)고 고백하고 있다.

필자는 틴에이저 시절에 극한 질병으로 2년이 넘는 갇힘의 세월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요양소에서 외딴 농가에서 갇힘의 시간들이 절망과 절망의 시간들이었다. 비관도 했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서 절대자를 만났다.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찾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50년의 삶은 그 갇힘을 통해 얻었던 무한한 생명의 복음 안에서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살아오고 있다.

그 때에 맹랑한 발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만약에 내가 절대자가 된다면… 모든 국민들을 의무적으로 일생에 두 번 정도는 일년씩 침대에 눕혀 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불편하고 절망의 갇힘의 시간들이 오히려 나의 삶을 새롭게 펼쳐주었던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재난에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냈을 지라도… 도리어 감사해야 할 것은 그들은 우리 보다 먼저 이 영원한 갇힘의 자유를 찾아서 새로운 삶을 출발했기 때문이다.

<김재열 / 뉴욕 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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