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러나는 우리의 혼

2020-03-16 (월) 신동인/ 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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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어디라 할 것도 없이. 중증이든 경증이든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하여 계신 분들이나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으로 학교로 공공의 질서와 책임을 맡고 계신 분들 모두가.

이국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고국의 소식을 들으며, 안타깝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세계적으로 이미 퍼져있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 하지만, 눈이 마음이 거기로만 쏠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기에 앞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혼신을 다하여 힘들게 싸우는 모든 의료진 그리고 방역진 에게 감사를 드리고 격려를 보낸다.
또한, 욕이라는 욕은 다 들어가면서도, 국민을 위하여 애쓰고 계시는 대통령을 위시하여 각료들 그리고 공무원과 행정요원들 경찰들께도 감사를 드리며 격려를 보낸다.

이 와중에서도, 3월 6일자, 통계를 보면서 대한민국이 참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자부와 긍지를 갖게 된다.


실로 엄청난 숫자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고통 받고 있지만, 나라별 환자의 숫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비교하여 보면, 우리가 이 역경을 어떻게 대처하며 처리해 나가는지 알 수가 있다. 중국이 3.8%, 이란이 2.6%, 이탈리아가 3.8%, 일본이 1.6% 그리고 미국이 6%이다.

그런데 한국은 0.6%이다, 어쩌면 이것을 전 세계가 주목하지 않겠는가. 경제 열한 번째 대국,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위기에 처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숫자로 말하여 주기 때문이다.
위급한 환경에서, 도움을 청하였을 때, 하루 만에 천여 명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보조할 사람들 구성된 의료팀이 사경으로 몰려든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했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과 존엄, 그리고 병자의 아픔을 함께 감당하며 낫게 하기 위하여, 저들은 서슴없이 나선다. 감동과 감사 그리고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 이것이 0.6%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고, 아니면 모르고 지났던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참된 능력과 힘을.

일부, 몰지각하고 몰염치한 사람들과 경우들도 많이 드러난다. 천인 공노할 자라는 지탄도 들린다. 그렇다, 그것도 맞다,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어려움을 지나면서도, 내 조국 대한민국은 결단코 감당하고 극복하고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드러낼 것이다. 이것이, 전쟁을 치른 폐허의 땅에서 오늘을 일구었던, 대한민국의 혼이라는 것을. 여지껏은 경제라는 이름의 겉모양을 보았다면, 이 병마의 고통을 감당하며 이겨나가는 국민의 모습에서 우리 속에 흐르는 혼을 볼 수 있지 않을지. 아니, 이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 때를 지나는 것이 아닌지.

공포에 질리고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이여, 숨을 크게 들이키고 평정을 되찾자. 내가 먼저 성숙한 시민으로 공동체를 위하여 돕고 참여하며 이웃에게 힘을 실어주자. 모든 것은 해결될 것이며, 시간은 흐를 것이다.

이 고난과 시련의 때를 성장과 성숙의 교훈으로 만들자. 겉으로만
우리를 알던 이들에게 우리의 혼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게 하자. 전 세계가 부러움으로 쳐다 보던 대한민국이 아니라 존경과 예우로 대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하여. 건투를 빌며.

<신동인/ 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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