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은지대(Black Belt), 암담한 사회

2020-03-10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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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가렛 미첼의 저서로 남북전쟁 당시 조지아 주의 한 목화농장이 배경이다. 

대초원 지대의 비옥한 땅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앨러배마 주등은 목화농사에 안성맞춤이었고, 이에 강제투입된 흑인노예들의 일터라하여 이 지역을 ‘검은지대(Black Belt)’라 불렀다. 

노예제도폐지로 흑인들은 자유는 찾았으나 문맹에다 재산과 소유지가 없어 일자리를 구해 떠돌거나 다시 옛 주인 밑에서 노예시절과 별차이 없는 힘든 노동으로 연명하며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검은지대’는 인력부족으로 점차 운영란을 겪게 되었다. 


앨러배마 주정부는 농장주들이 목재사업으로 전업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우며 펄프나 종이 만드는 산업을 장려하여 특별세금 공제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 흑인들은 제도적으로 모든 혜택에서 제외되었고 백인들의 고용인으로 살며 인종차별의 모멸을 당하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이런 열악한 사회환경에도 불구하고 앨러배마주 먼로 카운티(Monroe County)에서 작은 목재사업을 운영하던 흑인 맥밀리언(Walter McMillian)은 지인들의 존경과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와 경제구조 바닥에 있어야 한다고 믿은 흑인의 성공은 이웃 백인들의 의심과 질투를 자극하였고 급기야는 옆 마을에서 백주에 일어난 백인소녀 살인사건 용의자로 그를 몰아 거짓 증인들을 만들어내고 범행 추측시간에 함께 있었던 식구들과 친척들의 알리바이를 무시하였다. 그는 사형선고를 받아 6년동안 형 집행을 기다리는 불안한 상태에 있었고, 이처럼 부당하게 수감된 이들의 인권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Bryan Stevenson )은 그의 무죄를 증명하였다.

스티븐슨에 의하면 1980년 정부는 수감자들을 위해69억 달러를, 지금은 800억 달러의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으며, 1980년에 약 4만1,000명이었던 마약사범이 지금은50만명이 넘게 급속증가했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통계는 제도적 인종차별이 가져온 결과로 1970년대 닉슨 행정부의 ‘War on Drugs (마약과의 전쟁) 정책’이 그 원인이다. 시민보호 마약일소 강경법으로 가장하여 흑인학생들이 사회진출을 못하고 고등학교 졸업 이전에 곧장 교도소로 직행하는 이른바  ‘학교에서 교도소로 직행 (School to Prison Pipeline)’ 시키기 위한 방법임이 대통령 보좌관 존 엘리치맨(John Ehrlichman)에 의해 후에 알려졌다. 

우리를 경악케 하는 제도적 차별이 불러오는 사회 곳곳에서의  맥밀리언의 부당한 아픔과 신음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암담한 사회에 빛이 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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