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려우면 지는 거다

2020-03-0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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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감염 우려가 미국에 확산되면서 한국 마켓에서는 흰쌀, 라면, 물, 휴지 등등 생필품 사재기가 일어났다. 코스트코에서도 물, 우유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육류 코너 진열대가 텅 텅 비었다. 약국에서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이미 오래 전에 싹 사라졌다.

대형 수퍼 생필품 매출이 평상시보다 2~3배 높다고 한다. 유통기간이 긴 생필품은 재고량이 넉넉하다는 데도 일부 소비자들이 과도한 사재기로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우한 봉쇄로 인해 1,100만 우한 주민들이 불안감 속에 생필품 사재기를 하는 것을 들은 중국인들이 중국 마켓에 이어 한국 마켓에서 흰쌀을 사재기 한 것을 시작으로 한인과 타인종들도 비상식량을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으로 퍼진 코로나 19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단계라는데 혹시나 하는 발병에 대한 공포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공포와 스트레스가 강하면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면역성이 강하면 설사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와도 스스로 사라버린다.

이때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말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를 예로 들어본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어떻게 12척의 배가 133척을 이길 수 있을까? 바로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꿨기에 진도 울돌목에서의 명량해전에서 왜적과 싸워 대승을 거든 것이다. 전쟁 이야기를 더 해보면 전쟁에서의 심리전은 무기보다 더 강하다.

심리전(Psychological Operation)은 전쟁 도중 적군의 심리적 상태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전투를 포기하도록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것, 역으로는 아군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을 말한다.
고대부족들이 전투에 나갈 때 몸에 그리는 문양은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한 심리전의 하나이다.
유방이 항우를 포위하고 초나라 민요를 불러서 항우의 부하들 사기를 꺾어 하나 둘씩 탈주하게 만든 사면초가 상황, 삼국지연의에서 제갈공명이 죽은 줄 알고 전격 공격 명령을 내린 사마의가 제갈공명 목인형에 깜짝 놀라서 도망가게 만든 것, 이것이 다 심리전이다.

징기스칸은 공포를 자극하는 심리전의 달인으로 항복을 유도하는 대신 잔인하게 적군을 죽이고 모든 것을 초토화 시켰다.

나치 독일과 소련은 국민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다. 독일은 히틀러 신격화로 독일군 충성심을 키우는 수단으로 사용했고 소련의 스탈린은 국내의 특정한 인종이나 세력을 적으로 만들어 갈등을 부추겼다. 6.25당시 중공군은 한밤중에 피리와 꽹과리를 불고 쳐들어와 으스스한 공포를 주어 진격 중인 미군과 한국군의 혼을 빼놓았다.

미국도 빠질 수 없다. 적국 영토에 공습 위치를 미리 알려주는 폭격 예고장 전단지를 뿌린 것이다. 적국 국민들은 물론 군인들에게 싸울 마음을 달아나게 만든 것이다.

이 생활물품 사재기는 코로나 19심리전에 지는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도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계절성 바이러스로서 매년 유행을 되풀이하며 독감이나 감기처럼 인간과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매번 이렇게 불안하고 요란을 떨며 코로나19를 대할 필요가 없겠다. 면역체계를 튼튼히 하는 체력을 키우고 손을 수시로 씻어가며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감염 우려 장소는 피하면 된다.

공포에는 한계가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공포의 늪으로 빠져든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자면 두려움도 나의 감정의 일부, 낙관도 나의 감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거다. 작은 두려움을 이기면 더 큰 두려움을 이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는 ‘두려우면 지는 거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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