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 am from Korea”

2020-02-25 (화)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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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오래 전 자주 듣던 질문 “ Where you from?”이 다시 등장했다.
미국사람들은 얼굴색이 같으니까 중국인이냐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를 알고 싶어 물어보는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왠지 내가 다르게 생긴걸 들추는 것 같아서,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다.

원하는 답이 뭔지 알면서도 괜히, 뉴욕에서 왔다(I am from New York.) 또는 웨체스터에 산다(I am from Westchester.)라고 대답을 하면 질문한 사람이 미안한듯 어색하게 웃는 경우도 많았다. 어떨 때는 순수히 나는 한국사람이다(I am from Korea.)라고 하고나면, 상대방은 또 묻는다. South? North? 라고. 우리 한국 이민자들을 경멸해서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어떻게 보면 이건 분명 차별대우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뉴스에 뜨기 시작하자 ‘너 어디서 왔어?’라고 묻는 사람들이 생겼다. 혹시 중국사람 아니야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질문이다.


그것조차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 한국인이냐 중국인이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더구나 신천지 교회에 대한 설명까지 상세히 덧붙여 미국 뉴스에 대서특필이다.

오스카 작품상을 탄 ‘기생충’으로 인해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중국인들이 별걸 다 먹는다, 그들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며, 전 세계가 다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인 코로나바이러스(또는 코로나19, COVID-19)라 하지 않고 굳이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의 도시 ‘우한’이라는 말을 붙여, ‘우한 폐렴’이라면서 중국 흉을 보던 한국이 지금 그 중국과 뭐가 다른지.

미국에서는 지금 오히려 실시간 뉴스로 중국보다 한국의 상황을 먼저 보여주고 있다. 겉잡을 수 없이 퍼지는 질병을 들고 누구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또 다시 내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것에 신경이 쓰인다.

그 옛날 한강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내려앉고, 학생 참사 세월호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촛불집회의 코리아가 이제 다시한번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이상한 나라’로 세계 무대로 등장을 했다.

기생충’을 뽑아준 것도 어쩌면 빈부의 차라는 공통의 주제 보다도, 그렇게 속이고 사기치고 뜯어먹고 사는 이국적인 사회라는 점에 더 관심이 갔던 것이 아닐까. 신천지 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 문제가 생기자 교회 웹사이트에서 ‘우한’ 선교지를 삭제해 버렸다고 하는 걸 읽고는 역시! 했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 그들의 정직함을 칭찬하듯, 한국을 다녀온 미국인이 ‘한국인들은 뭐든지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라고 한 미국 신문기사에 달린 코멘트를 본 생각이 난다.
자신있게 “I am from Korea”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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