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하라

2020-02-20 (목)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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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를 통해서 스스로 어떤 사실을 바르게 보는 지혜를 기른다. 그리고 바르게 보는 지혜로 바르게 생각하고, 그 상황에 적절한 바른 말을 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바른 행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바르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자기에게 그것을 정말로 알고 있는가? 질문해보면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특히 의식이 깨어 있지 않고 욕심이나 분노가 클 때에는 바르게 보지 못한다. 더 나아가 의도적인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평온해지면 그 때에 분명해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에게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생각을 지켜보고 생각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는 감정과 몸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자기 근본을 깨닫고 무의식까지 완전히 정화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니 멀고 먼 일이다.

그러므로 우선은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를 그 사람의 지성이나 경험 그리고 의도 등의 조건 속에서 각색되어 흘러가고 있는 것들의 표현 정도로 생각하고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욕심이 앞서면 객관적 관찰을 하지 못하고 그 말에 빠지게 된다. 자기 생각으로 주관적인 해석을 한다. 사기꾼에게 빠지는 것이 그렇고 정치적 선동에 빠지는 것이 그렇다.


우리들의 말에는 의도가 반영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행을 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바르게 살고 지혜 있는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되, 사실적인 관찰과 실험을 자신과 세상에 적용하여 그 말(견해)들이 사실에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확인하고 수용하여 체득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아뚤라는 세 분의 아라한(생사에서 벗어난 성인, 부처님의 제자 스님)을 찾아 갔으나 모두가 불만스러워서 마침내 부처님을 찾아갔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가르침을 듣기 위해 왔습니다.” 그런데 레와따 존자는 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사리불 존자께서는 너무 장황하게 설하셨고, 아난다 존자께서는 너무 간략하게 설하셨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부처님께 가르침을 들으러 왔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아뚤라에게 “아뚤라여, 누군가가 침묵을 하건, 말을 많이 하건, 말을 적게 하건 사람들은 비난해왔다. 그것은 옛날부터 있어 왔던 일이지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오로지 비난만 받을 사람도, 오로지 칭찬만 받을 사람도 없다. 왕들에 대해서도, 땅과 태양과 달 그리고 붓다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비난하고 누군가는 칭찬한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들의 칭찬이나 비난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혜로운 자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칭찬한다면 그것은 새겨들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의 견해에 집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우리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고 고요하여 맑은 지혜로 사실을 바로 보고 바르게 판단하여 바르게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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