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천히 이루어진 신의 공의: 죄와 벌

2020-02-11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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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1912년 조지아주 해밀턴 (Hamilton)에서는 백인폭도들이 하더웨이 Hardaway목사와 두 명의 농부와 크러치필드(Crutchfield)라는 여성 등 네 명의 무고한 흑인들을 잡아다 목에 동아줄을 매어 나무에 단 후  500여발의 총알을 난사한 천인공노할 린칭이 있었다. 

노예제도 폐지선포 후인  1882년부터 시작해 근래에는 1968년까지도 미국사회에서 흑인들을 상대로 공공연하게 지속된 린칭은 인종차별의 잔인하고 슬픈 미국역사이다.

흑인 소녀와 여성들을 성희롱하며 학대한  하들리라는 젊은 독신 백인 농장주인이 자택의 창문을 통해 날아 온 총알에 맞아 살해되었는데, 발견된 증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네 명의 흑인들을 체포하였던 것이다. 


하더웨이 목사는 하들리의 나쁜 행동을 설교시간에 지적했었고, 크러치필드는 이 세 남성들에게 불리한 거짓증언을 하도록 종용받았으나 거절했다. 하들리의 할아버지는 이 지역 보안관이였고, 재판관은 할아버지벌되는 친척이었으니 예상했던대로 하들리의 친척들과 이웃 백인폭도들은 한밤중 유치장에 이유없이 갇혀있던 네 흑인들을 납치하여 우정침례교회(Friend Baptist Church )옆 고목 참나무에 그들의 목을 매달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교회는 흑인들이 노예제도 폐지 후 세운 기념교회였다.

2016년도에 출판된 ‘족보(The Family Tree)’의 저자인 백인 여성 카렌 브라난(Karen Branan)은 자신의 조상들이 이 사건에 연류되었던 기막힌 사실을 찾아내어 이 책에 기록하였다. 그녀는 숨기고 싶은 이 끔찍한 사실을 알려 인종차별을 없애고 싶은 기도의 마음으로 저술했다고 한다. 

거의 50년을 저널리스트로 활약해온 그녀는 지금도 해밀턴 지역에 거주하는 사건당시 어린아이였던 이종사촌을 찾았고, 그로부터 하들리 암살범이 임종 직전 자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린칭에 가담했던 폭도들 모두와 그들의 가족 대부분이 이 사건 후 17년에 걸쳐  “신발을 신은 채(died with his boots on)”로 죽어간 사실도 알려주었다. 

즉, 보안관의 어린 딸이 출산 후 장티푸스로, 재판관의 아들과 어린 손녀가 밤새 갑자기, 젊은 청년이 노새에 깔려서, 지역사회에 영향력이있던 이는 급체로 추운 겨울 길가에서, 도박판에서 싸우다 머리를 다쳐서 또는  교통사고로 머리가 상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는 등…. 죽음의 저주는 지속되었고, 16명의 다른 폭도들은 자신들과 함께 가담했던 한 폭도에 의하여 목숨을 잃었다한다.

 이 사건후 이 지역에는 가끔씩 들려오는 영문 모를 이상한 소리가 있었는데, 린칭당한 여성의 귀신이 내는 소리라고들 믿었다. 폭도중의 마지막 생존자는 1929년 자신의 집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권총을 차고 나갔다가 마침 지나가던 흑인에게 시비를 걸었고 자기 방어를 하던 흑인의  총에 맞아 죽었다. 작가 브라난 씨는 이 모든 폭도들의 17년에 걸친 희귀한 죽음을 “천천히 이루어진 신의 공의”라 부르고 있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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