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억만 분의 1 사나이

2020-02-08 (토)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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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가 억만 분의 1 사나이 임을 알게 된 것은 나이 70세가 넘어선 엊그제였다.

첫 번째 70세가 넘도록 병원을 일생에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젊을 때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려 개인 병원 의사를 찾았는데 10초 쯤 걸려 핀셋으로 빼어 주어 "얼마를 드릴까요?" 하니 의사 선생님 왈 “이 사람아 생선가시 하나 빼 주고 돈을 받나? " 라고 했다. 그것이 전부다.

얼마 전 한국에 잠깐 갔을 때 고관대작을 지낸 자들, 대법 판사 한 자. 군에서 어깨에 별을 단 자. 돈푼이나 만지는 자 등 별 놈들이 모였는데 관심사는 오직 건강뿐이었다. "“요새 너 건강하니 ? "

두 번째 운이다. 교통사고를 나만큼 당한 사람이 없다. 차 전복만 4번이다. 물론 다 폐차 처분이었다. 특별히 캘리포니아의 카멜시 가까이 1번 하이웨이에서 전복 되었을 때에는 경찰이 27년간 자기가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차가 이렇게 부서지고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고백했었다.


그런데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차가 숲 속으로 빙판에 미끄러져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차와 부딪쳐 남의 집 울타리를 뚫고 정원으로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무사했다.

세 번째 명문에서 수학 했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우리 세대에선 유독 학교에 매달렸다. 그런데 본 인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이곳 미국에 와서도 미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프린스턴에서 수학했다. 영국에선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대를 최고로 치며 미국에선 프린스턴과 하버드대를 꼽는다. 여하튼 거기의 하나에 들락거렸다.

네 번째 흔히 목사를 성직이라 부른다. 직업엔 귀천이 없지만 성직이라 부르는 일을 40년간 미국 장로교교단(P.C.U.S.A)에서 별 탈 없이 지내고 은퇴한 것은 럭키다.

다섯 번째 미인 아내를 두었다. 솔직히 미인이라고 좋은 아내는 아니다. 그러나 남자들의 로망 즉 로맨스(꾸며낸 소설 )요 공상이 아닌가? 위 사실들을 경험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인도하심이지만 이 조건들을 다 누렸던 것은 억만 분의 1의 확률이 아닌가?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나이다.

<김길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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