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본은 손 씻기

2020-01-28 (화)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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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체스터 칼럼

신생아실 실습을 돌던 때다. 

한 방에 옹기종기 누워있는 애들에게 학생인 내가 하는 일은 안아서 분유를 먹이고 간호사가 돌볼 때 관찰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누에고치 같은 이쁜 신생아들 덕에 매일 신생아실로 가는게 즐거웠다.

며칠 뒤 즐거운 신생아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신생아실 담당 과장님이 간호사들과 인턴, 레지던트들에게 소리를 치고 호통치는 모습을 접했다.


“어제만 해도 괜찮았던 애기들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놀라서 먼저 와있던 친구를 쳐다봤다. 친구가 아이들 눈을 보라고 했다. 애기들 눈에 거즈가 붙어 있었다. 몇몇 애기들 눈에 붙은 하얀 분비물이 보였다.

“학생들 어제 손은 잘 씻었어? 손 좀 제대로 씻는 법을 좀 배워.”
갑자기 멍하게 서 있던 우리에게 성난 목소리로 손을 씻었는지 물었던 과장님은 신생아실을 나갔다.

알고 보니, 한 신생아에게서 결막염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밤새 방에 있던 다른 신생아들에게 옮겨진 것이다. 신생아는 걸어다니지를 못하니 결국 신생아를 돌보던 누군가를 통해서 균이 옮겨간 것이다. 

병원수칙은 매번 신생아를 만질 때마다 손을 최소 30초 이상 손가락 사이사이를 씻어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했는지 기억이 없었다. 4시간마다 신생아에게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30명이 넘는 신생아를 거의 같은 시간에 분유를 줘야 한다. 중간에 엄마가 오면 엄마에게 신생아 관리법도 가르쳐야 하고 새로 입원하는 신생아를 받기도 한다. 솔직히 한 신생아를 보고 매뉴얼대로 1분간 꼼꼼히 손을 씻고 말리고 다른 신생아를 만지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한 아이에게서 다른 아이에게 옮긴 건 의료진임이 거의 확실했고, 나도 그 안에 끼어있었다. 그때 기본이 가장 중요함을 배웠다. 나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그날 뒤로 간호사도 의사도 우리 학생들도 열심히 손을 씻었다. 이 이야기를 학교에서 나누며 다른 간호생들에게도 손 씻기의 중요성을 알렸다.

비누와 물로 손 씻기에서 알코올이 든 손 세정제가 나와서 씻는 시간을 30초로 줄였다. 열심히 손을 비누와 물로 씻어도 닦는 수건이 뽀송뽀송하게 마른 새 수건이 아니라면 수건을 통해서 균이 옮길 확률이 높다. 알코올이 든 손 세정제는 수건 걱정도 덜어줬다.
손의 피부가 굉장히 약한 나에겐 알코올 세정제도 1분 이상 손 씻기도 내 손에 좋지 않다. 하지만 신생아실의 기억을 떠올리며, 손을 씻을 때는 열심히, 손이 갈라져 피가 날 때까지 씻었다.

중국발 폐렴 바이러스가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사람은 마늘과 김치를 먹으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마늘과 김치로 해결되지 않는다. 손을 잘 씻고, 재채기할 때는 손수건이나 옷소매로 입을 가리며 열이 나면 집에서 쉬어야 한다. 

잘 먹어서 몸에 기본 면역력을 높여놓고 가축외 야생동물은 그냥 야생에 살도록 하고, 먹지 않아야 한다.  기본만 지켜도 반 이상 한다.

<나 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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