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림자(Shadow) 프로그램

2020-01-27 (월) 민미영/ 교사·버겐카운티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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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직하고 있는 버겐 카운티 고등학교가 과학기술 고등학교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미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호주에서 학교 행정관들이 방문했었고, 뉴저지 차터 스쿨 관계자들과 브롱스 과학고등학교 행정관들도 다녀 갔다. 이번 학년 시작하고도 벌써 이스라엘, 히로시마, 싱가포르에 있는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체험을 하고 갔다. 특히 히로시마, 싱가포르, 울산 과학 고등학교와는 자매 학교 협력 교류 (MOU)를 체결하여 학생들의 활발한 방문 교류와 수업 교환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 학교가 지양하고 있는 학생들의 세계화의 일환이다. 학생들은 외국의 학생들과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과학, 생물, 지질,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 조사를 함께 하고 토론하면서 성장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활발한 교환 교류를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그림자(Shadow)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방문 학생들과 재학생이 일대 일로 짝을 이루어 담당 학생의 수업을 따라다니는 일일 학교체험 프로그램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생들 20여 명이 대학교와 정부보조기금으로 교수의 인솔 하에 5년 동안 매해 이틀 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나의 모교인 이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매년 2월에 두 명씩 일일 학교체험을 하고 간다. 뉴욕 뉴저지 이화 동창회 기금으로 똑똑한 학생들에게 해외 여행과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취지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은 우리 학교 학생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 되는 이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하게 생각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되도록 이중 언어가 가능하고 참가하는 외국 학생과 관심사나 희망 전공이 같은 친구들과 짝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외국 학생들이 좀 더 친밀하고 즐거운 수업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모든 과목 선생님들의 도움과 재학생들의 환영 인사도 역시 방문 학생들의 체험을 도와준다.

이화여고의 경우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나서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과의 선물 교환도 있었고, 참가자들 전원과 선생님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어 학교 체험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귀국하기 전 동창회가 모여 식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마무리 발표를 듣는다. 나도 이 자리에 초대되어 학생들의 얘기를 듣고 감사 인사도 받았다. 학생들이 우리 고등학교 방문이 가장 유익하고 기억에 남을 체험이었다는 발표가 가장 보람된 인사였다. 이 자리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나왔는데, 초롱초롱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다시 여고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내년 2월에는 또 어떤 학생들이 오게 될지 무척 기다려진다.

<민미영/ 교사·버겐카운티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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