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과응보(因果應報)

2020-01-24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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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늙는다. 늙어진 후, 뒤돌아보면,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이처럼 내가 벌써 늙어버렸단 말인가 하고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실은 하루하루를 매일매일 까먹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서 하루하루는 아깝고 귀중할 수밖에 없다.

한번 늙어지고 나면, 아무리 몸부림쳐도, 다시는 젊어지지 않는다. 매일 더 늙어만 간다. 늙어지면 늙어질수록 더 선하게 눈앞에 보이는 게 있다. 바로 ‘죽음’이다. 아무리 죽음을 피하고 싶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죽음을 받아들인다. 받아들이고 나면 이상하게도 속이 편해진다.


죽음을 받아들였으면 이제는 사후의 생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건강하고 총명하고 복 많이 받은 아이로서 부유한 가정에서, 좋은 부모 밑에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과거에 내가 저지른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다. 나는 5계를 지키면서 여생을 살아갈 계획이다. 죽으면, 나는 하늘나라에 가든가 혹은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부처는 말했다. “살생을 많이 행하면 죽어서 지옥이나 아귀 혹은 동물로 태어난다. 만약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매우 짧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남의 목숨을 해쳤기 때문이니라. 남의 물건을 많이 훔치면 설령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아주 가난하게 태어나게 될 것이다. 거짓말을 많이 하면 지옥에 태어나겠지만, 만약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남의 업신여김을 받고 남의 천대를 받을 것이다.” (중일아함경, 제44권).
예수도 천당에 가고 싶으면 10계명을 지키라고 했다. 이 세상에는 독재자도 많고 그리고 나쁜 정치가들도 많다 독재자들은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국민의 권익을 억압한다. 국민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훔친다.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부처는 “이런 나쁜 사람들은 분명히 지옥에 가서 그 과보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독재자에게는 부처의 말이 귀에 전연 들리지 않는가 보다. 이런 나쁜 정치가들은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죽은 후, 자기네들만은 지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지옥에 가서 고통을 당하리라는 두려움이 없기에, 독재자들은 계속 사악한 짓을 행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케케묵은 소리만을 하고 있다고! 나를 비웃겠지만, 그래도 할 말을 해보겠다.

불교는 인과응보이다. 불교는, 길게 보면, 공평하다. A가 살인을 많이 했다면, 그만큼 A도 어느 땐가는 보복을 당하게끔 돼 있다. 불교는,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해탈하기 전까지는, 당신은 태어나면 죽고, 죽으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생과 사는 끝없이 윤회한다. 독재자가 오늘 사람을 많이 죽였고 거액의 돈을 훔쳤고, 거짓말을 많이 했다면, 어느 땐가는, 이번 생이든, 다음 생이든 혹은 그 다음다음 생이든, 그 과보를 꼭 받게끔 되어 있다.

나쁜 짓을 행하면 나쁜 결과를 맞이한다. 선한 일을 행하면 선한 과보를 받는다. 이게 자연 이치이고 또한 인과응보인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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