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훈훈한 정

2020-01-23 (목) 신동인/ 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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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라고 몇몇 식당에서 무료 떡국을 제공한다 해서, 플러싱에 있는 한 식당에 다녀왔다.

한해 동안 이용해 주신 고객들을 위한다 하지만, 평소에 형편이 닿지 않아 들러보지 못한 분들 그리고, 오늘을 외롭게 보내시는 분들이 대접 받을 수 있는 자리라서, 굳이 한번 들러보고 싶었다.

들어 서서, 첫 인상은 오늘 안내를 하고 시중을 들어주는 직원들의 표정이 너무나 밝고 환하다. 그야말로, 대접을 하기로 작정을 하고 나선 것 같았다. 혼자 갔기 때문에, 자리를 지정 받기가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4인용 테이블을 지정해 준다. 미안해 하니까, 괜찮다 하며 맛있게 드시고 가라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은 식구들이 오셨다, 대개는 연로하신 분들이 끼어있는. 앞 좌석에 허름하게 차려입은 노 부부가 식사를 거의 마치셨다. 할머니께서 무언가를 더 주문하고 싶으신지 두리번 거리시니, 할아버지는 그만 가자고 달래신다.

평소의 식단 그대로였다. 국물은 그야말로 진국이다, 밑반찬도 맛있고. 특별한 서비스로 모양을 낸 송편을 한 접시 내 주었다. 고마웠다.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제 잘난 맛에 살면서, 자기만 챙기고, 제 식구만 아는 이 세대의 풍조와 세태 속에서.
올해는 유난히 시끄러운 일이 많을텐데. 대통령 선거를 싸고 얼마나 뜯고 찧는 일이 많을지. 중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서민들의 살림은 상관없이, 말은 국가를 위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부호들을 위한 싸움에서. 세계 경찰을 포기하는 미국 그리고 세계 패권을 쥐려는 초강국의 힘 겨루기에서 거기에 올림픽까지 겹쳐서.

부익부빈익빈이 더 깊이 골이 파지고 폭이 넓어질 텐데. 중산층은 더 몰락하고 더 많은 가정들이 빈곤층으로 전락 되지 않을까. 역사가 가르쳐준 대로, 도덕과 윤리의 타락이 한 국가와 사회를 몰락 시키고 멸망 시키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이러한 때에, 작고 소외된 외로운 이들을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는 이들이 있음이 감사하다. 한인 이민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남을 위하여 애쓰며 자신을 내어주시는 많은 이들이 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한다.

올해, 더 훈훈하고 따스한 밝은 소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덕이 되고 도움이 되는 한 마디의 말, 작은 도움 그리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 보는. 그래서, 참으로 복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신동인/ 포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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