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한국 ‘설’ 지키기

2020-01-22 (수) 여주영 고문
크게 작게
현존하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잊지 못할 수난의 시기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은 지난 1905년 11월7일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조약 체결후 통감부를 설치하고 1910년 8월29일 한일합방으로 한국을 강제 점거하였다. 이후 일본은 36년간 한국에 대한 철저한 탄압과 차별정책으로 한국인들로 하여금 엄청난 수모와 고초를 겪게 했다.

사회, 경제적 제재 및 수탈, 각종 문화통치와 말살정치는 물론, 자국의 정신을 주입시키기 위해 일본 왕궁을 향해 절하게 하고 일장기 게양과 함께 일본어 교육을 강제 실시하였다. 또 일본이름으로 개명하게 하고 한국어 학습 폐지 및 일본어 습득과 한국사를 날조하고 왜곡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민족의 찬란한 문화 말살 시도 및 한민족의 혼이 담긴 문화유산 약탈, 파괴도 서슴지 않았다.

모두가 한국인의 얼과 혼을 뿌리 뽑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말살시키려는 간악한 의도였다. 그중 하나가 일본인의 명절 1월1일 양력설에 밀려 한국민족의 고유 전통 ‘설’ 하나 마음대로 지키지 못하도록 했던 점이다. 일본은 이날 관공서와 기업 모두가 휴무하도록 공식휴일로 정하고 전 국민이 떡국과 된장국, 특별도시락 등을 먹은 후 절이나 신사에 가서 한해동안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세배하고 연을 날리고 하면서 지낸다. 반면, 한국인의 구정 ‘설’에는 학교문을 열고 떡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앗간에 조업금지 및 아이들의 설빔 옷에 먹물을 뿌리는 등 구정문화 말살에 안간힘을 썼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 설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다가 1989년이 돼서야 공휴일로 인정받게 되었다.


한민족의 고유 설이 일본 설에 밀린 안타까움과 함께 일본 설과 다름을 확실하게 밝히는 동요가 바로 고 윤극영 선생 작곡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다. 한국인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귀중한 민족적 명절이다.

100년의 수난을 견디고 이어온 한민족의 전통 ‘설’이 올해는 25일이다. 이날 한국에서는 온 국민이 고향으로 가기 위해 길을 떠난다. 민족적 대이동으로 온종일 고속도로가 정체돼도 사람들은 모두 밝은 모습이다. 이날 온가족은 한자리에 모여 떡국을 나누면서 세배와 차례, 윷놀이 등을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지낸다. 이 고유 명절이 우리가 해외에 나와 있다 해도 소홀히 될 수 없다. 민족적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주에서도 일부 초중고교의 한국인 교사들이 한인학생들에게 각종 설 행사를 하는 것도 한민족의 얼과 뿌리를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함이다. 한인사회는 이날 중국계와 함께 퀸즈 플러싱에서 설 퍼레이드를 하며 민족 고유의 설을 미국사회에 알린다. 한인들은 퍼레이드가 끝난 후 떡국을 먹고 각종 민속행사를 하면서 즐겁게 보낸다.

한인들이 해외에 나와서 열심히 돈을 벌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살려가고 지켜나가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다인종 사회에서 1세들이 터전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2세들이 미국사회에서 제대로 발붙이고 살려면 자국의 문화를 확실히 지켜나갈 때 가능한 이유이다.

문화가 없는 민족은 뿌리가 없는 민족으로 무시당하게 마련이다. 조상이 걸어온 삶의 흔적과 기억이 담긴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는 후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커뮤니티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민족의 힘을 과시하고 문화를 알리는 퍼레이드에 적극 참여하고 함께 설을 즐기자. 이날 중국계는 매년 엄청난 규모로 한인들의 참여도를 압도한다. 당당한 문화민족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우리 설 지키기에 우리 모두 적극 나서자. 아이들과 함께 나가 참여한다면 더욱 뿌듯하고 의미있는 우리 설맞이가 될 것이다.

<여주영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