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드디어 좀 겨울 다워졌다.
이맘 때이면 벌써 서너번은 눈이 와서 교통이 마비되고 학교는 문을 닫고 했을텐데, 올 겨울은 아직까지는 혹한이나 폭설을 겪지 않고 있다. 겨울이 겨울 답지 않고 따듯하다고 좋아해야할까. 몇 년전엔 11월에 폭설로 생활이 마비되었고 2년 전에는 엉뚱하게 3월에 큰 눈이 내려 온통 난리가 나기도 했었지만, 1월 한달이 다 가도록 이렇게 눈이 안 온것도 기억에 없는 일이다.
화산이 터지는 소식이 잦은 만큼, 지구의 이곳저곳에서 자주 엄청난 불난리 소식이다.
지구가 몸살을 한다는 소리는 옛말이 된 듯 하다. 아마도 지구가 이제는 불치의 병에 걸린거나 아닌지.
15년 전 쯤, 그 당시에 크게 화재가 되어 흥미롭게 읽었었던 ‘로드(The Road)’란 책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지구에 대 재난이 벌어진다면 이렇게 되겠구나라며 불에 타 잿빛이 되고 해가 없이 얼어붙는 지구의 한 모습을 그린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했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무조건 남쪽으로 바다를 찾아 길을 가는 남자는 벌써 오랫동안 폐허가 되어있는 지구의 한 구석에서, 식인을 당할까 무서워하며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연명하며 계속해서 살길을 찾아 가고 있다.
이 책이 영화로 나왔을 때, 일부러 영화를 보지 않았다. 분명 그 암울하고 처참한 광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을텐데, 책을 읽으면서 생생하게 그려보았던 그 장면을 다시 눈으로 보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아빠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할래” “나도 죽지” 라는 대사에 울컥하면서 처음에 느끼지 않았던 부분에 마음이 가 닿았다. 작가는 암흑의 절망 속에서 희미하게 생명 연장의 희망을 비치는 결론을 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노아의 방주’이야기처럼 거의 멸망했던 지구에 두명의 인간과 동물과 식물이 남았다가 이어져가는 것일까.
그러나, 인간에게는 불가사이 하기만 했던 우주의 현상이 점점 더 드러나고 있는 세상에, 그리고 지구 자체의 조건이 자꾸 파괴되고 있는 시점에 과연 지구가 완전 소멸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일까. 거대한 행성이 부딪치면 지구상에 동물이던 식물이던 생명이 존재하게 될것인가. 아니면 쓰레기 더미가 된 지구에 어떤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
작년에 1919 만세사건의 100년을 기념한 우리가 지금 2020년을 맞이했다.
과연 앞으로 100년 후 2121년도에 지구와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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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 웨체스터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