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년,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며

2020-01-10 (금) 박형철/ 커네티컷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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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네티컷 칼럼

글을 쓰다보면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 글자씩 떼어 놓고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단순한 문자들인데, 이 문자들이 모여서 단어를 이루고 문장을 이루고 그리고 어느 사이에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에게 읽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다보면 그 속에는 많이 쓰는 단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어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단어들이 겹치지 않도록 새심한 배려를 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만약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아서 한 페이지 가득 한 단어로만 채워 놓는다면 아무도 그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들의 살아가는 인생도 어쩌면 글을 쓰는 과정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라는 시간을 하나의 문자로 본다면 하루가 모여 한 주라는 단어를 이루고 한 달이라는 문단을 만들며 일 년이라는 한 페이지를 채우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길든 짧든 일 년이라는 페이지들이 모여서 개인의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는 좋은 날로만 가득하지는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변하듯이 우리의 하루하루는 다양함으로 가득합니다. 그런 우리의 삶이 모여서 사람들에게 읽혀질 때 감동을 주고 때로는 소망을 주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어제와는 또 다른, 작년과는 또 다른 오늘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비록 오늘 하루가 행복함만으로 가득하지 않다고 하여도 감사하며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오늘만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글에서 읽었던 공자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공자가 조카 공멸을 만나서 벼슬을 얻게 된 뒤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 때 공멸은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있다고 하면서 세 가지를 말하였습니다. “일이 너무 많고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학문이 후퇴했으며, 나라로 부터 받는 급여가 너무 적어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했고, 공무에 쫓기다보니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공멸과 똑같은 직위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제자 복자천을 만나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복자천은 기쁜 얼굴로 잃은 것은 없고 세 가지를 얻었다고 말하였습니다. “글로만 읽었던 것을 이제 실천하게 되어 학문이 더욱 발전하였고, 나라에서 주는 임금을 아껴 부모와 친척을 도와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이 바쁜 중에 시간을 내어 친구들을 만났더니 우정이 더욱 돈독해 질 수 있었습니다.”

공멸과 복자천, 같은 일을 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고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사업은 바쁜데 버는 돈은 적고, 일만 하다보니 친구도 멀어지고 그래서 불평으로 가득했던 2019년이었다면 2020년은 똑같이 어렵고 바쁜 환경이지만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넘치는 한해를 만들어 가도록 내 삶의 자세를 대하면 어떨까요?

아마도 작년과는 다른 감동과 의미로 가득한 2020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는 쥐띠 해인 경자년(庚子年)입니다. 여기서 가운데 글자인 '자(子)'는 아들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사로 '번식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쥐의 왕성한 번식력처럼 경자년에는 개인의 하는 모든 일들이 번창하고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박형철/ 커네티컷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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