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하자

2020-01-09 (목) 성향 스님/ 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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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는 절기력(간지력)으로 천간(天干)은 흰색을 뜻하고 지지(地支)는 쥐를 의미하니 흰색 쥐띠해가 된다. 흰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 쥐이자 매우 지혜로워서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나다.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이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들 한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과 어려운 여건 에서도 살아남는 근면성, 저축성,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불교에서도 경전 속의 이야기, 벽화, 조각, 시 등 쥐와 관련된 비유와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로는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 에 나오는 ‘안수정등( 岸樹井藤)’ 비유이다.


사람의 일생을 비유로 설법한 내용이다.

“옛날에 한 나그네가 황량한 들판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사나운 코끼리가 나타나 그에게 달려왔다. 그 나그네는 다행히 우물을 발견했고 넝쿨을 타고 우물로 피신해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우물 안벽에는 독사 네 마리가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고, 바닥에는 독룡이 나그네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나그네가 의지할 곳이라고는 넝쿨밖에 없었지만, 그마저 흰쥐와 검은 쥐가 덩굴을 번갈아 갈아먹어 끊어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더구나 우물 입구 쪽에는 불꽃과 연기가 자욱했다. 그때 그 나무에서 달콤한 벌꿀이 다섯 방울씩 그의 입에 떨어지자 나그네는 위기일발의 위험한 처지를 잊고 꿀맛에만 욕심을 내고 있었다.”

이 비유에서 나그네는 인생, 황량한 들판은 무명(無明), 코끼리는 무상(無常)을, 우물은 생사(生死)의 세상을, 한줄기 넝쿨은 우리의 생명을 뜻한다. 그리고 검은 쥐와 흰 쥐는 밤과 낮을, 독사 네 마리는 지, 수, 화, 풍 사대를, 꿀 다섯 방울은 재물, 애욕, 음식, 명예, 수명의 오욕(五欲)을, 벌은 삿된 생각, 들불은 노병(老病), 독룡은 죽음에 각각 비유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삶의 참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릇된 생활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마치 우리네 중생이 우물 속의 고통을 잊고 탐욕, 분노, 어리석음인 삼독심(貪瞋痴, 탐내고 성내고 어러석은 마음)에 빠져 정신을 잃는 나그네와 같다는 것이다.

2020년 새해 ‘송무백열(松茂柏悅)’을 말하고 싶다.
중국 진(晉)나라 시절 ‘탄서부(歎逝賦)’에 나오는 글귀이며, ‘소나무가 무성하면 곁에 있는 잣나무가 기뻐한다’라는 뜻으로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한다'는 뜻이다.

한인사회에서 종종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린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며 함께 배려, 인내, 소통을 통해 화합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새해 선현(先賢)의 가르침을 되새겨 나와 주변을 밝혀, 모두가 편안하고 풍요로운 시절을 함께 만들어 가길 두 손 모아 축원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향 스님/ 뉴저지 원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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